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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철대오’ 김인권, “대학시절 학자금투쟁, 전경복무 시위진압”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김인권은 78년생이다.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의 배경이 된 민주화운동 시절인 1980년대 중반은 열살도 되기 전이었다. 최루탄이 거리를 메우고 하루가 멀다하고 시위대가 전경과 충돌했던 그 시절의 정서를 알까?

“물론 1980년대는 어렴풋한 기억으로만 남아있죠? 버스 타고 가다가도 매케한 최루탄 냄새가 나고 창밖으로는 대학생 형들이 뛰어다니던 모습이 보이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저도 대학시절엔 학자금 투쟁에 참여해 돌멩이도 던져봤어요. 동국대 연영과에는 ‘전진새날’이라는 사회참여적인 동아리가 있었는데 저도 가입해서 영화 공동창작도 했구요. 군은 전경으로 복무했는데, 시위 진압에 동원되기도 했죠. 그러니까 80년대 정서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죠.”

나머지는 386세대인 육상효 감독과 선배 배우 박철민이 메워줬다. 특히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철민은 당시의 뜨거웠던 민주화 운동 열기를 틈날 때마다 전해줬다. 


25일 개봉한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은 1980년대 독재와 민주화운동이 치열하게 대결했던 시대를 한 청년의 짝사랑 연애담으로 돌아본 코미디 영화다. 당시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내세웠던 ‘구국의 강철대오’는 제목으로 인용됐고 사회에 거센 반향을 일으켰던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사건은 직접적인 소재가 됐다. 당시 점거투쟁에 나섰던 무리 속에 중국음식점 배달원 청년이 섞여 드어갔다는 아이디어로 출발한 영화다. 어떻게 그가 시위에 합류하게 됐을까? 짝사랑하는 여대생이 운동권이었기 때문이다. 속칭 ‘철가방’과 미모의 학생운동권 여대생. ‘신분’ 때문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짝사랑을 위해 주인공은 대학생으로 위장해 혁명투사연하고, 점거 투쟁 속에서 다양한 해프닝이 벌어진다. 그 주인공 ‘강대오’ 역할을 김인권이 맡았다.

“육상효 감독님은 사랑이야기라고 하셨어요. 연애할 때의 뜨거운 마음처럼 그 시절의 대학생들은 나라를 위한 사랑을 불살랐다, 극중 주인공이 사랑을 이루려고 하는 게 혁명이고 투쟁이다, 그렇게 말씀하셨죠.”

육 감독과는 두번째 만남이다. ‘방가 방가’에서 감독과 배우로 처음 만났다. ‘방가 방가’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던 청년이 아예 동남아 이주노동자로 위장해서 공장에 들어간다는 내용의 코미디영화였다.

“‘루저’(낙오자) 캐릭터가 굉장히 편해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구요. 루저가 주인공인 코미디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줄수도 있고, 젊은이들의 현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을 수 있지요.”

김인권은 그동안의 작품에서 희비극이 교차하는 다양한 표정의 연기를 보여줬다. 때로 주연보다 인상깊은 조연으로 뜨거운 반응을 받기도 했다. 1000만 영화에 잇따라 출연해 ‘흥행스타’로서도 입지를 굳혔다. ‘광해:왕이 된 남자’에선 왕의 호위무사역할을 맡아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원래 시나리오 상에선 육척장신의 거목같은 인물이었지만 김인권이 역을 맡으면서 희극성이 강화됐다. ‘해운대’에선 야비하고 불량한 청년이었으나 재난이 닥치자 희생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존재였다. ‘마이 웨이’에선 주연 장동건의 친구로 등장해 조선에서 일본군, 러시아군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강인한 생존력을 보여주지만 점차 악마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인물을 연기했다. 특히 이 작품에서의 호연이나 강렬한 연기는 주연 이상이라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주조연급이나 조연, 넘버2 등의 비중을 주로 맡았지만 ‘방가 방가’에 이어 ‘강철대오’에선 주연을 맡았다. 


“배우는 조단역을 하다보면 자꾸 극 전체를 이끌어가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생기죠. 그래서 한때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 시티’ 등 지금은 폐지된 TV 단막 드라마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아 연기를 했어요. 한달 정도 찍어서 나온 작품을 보면서 분석도 하고 반응도 체크하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죠. 또 혹시 모를 주연배우로서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훈련도 됐구요. ”

이번 영화에서도 김인권이 체화한 희극성은 유감없이 드러난다. 극중 ‘배달의 달인’으로 젓가락과 단무지를 잘라서 만든 쌍절곤을 빙빙 돌리는 장면이라든가, 그릇과 종이컵을 이용해 능숙하게 상차림을 하는 대목, 이소룡에 심취해 시위 중 날아차기를 하는 신 등은 웃음을 자아낸다.

김인권은 코미디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 스스로는 “‘우디 앨런 식의 유머’보다는 주성치나 짐 캐리, 성룡식의 코미디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상황과 인물 관계에서 나오는 유머가 있는 반면, 캐릭터의 희극성이 중심이 되는 코미디가 있어요. 전자가 우디 앨런이라면 후자는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이 대표적이죠. 저는 캐릭터 중심의 희극성을 추구합니다.”

영화 개봉을 즈음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인권의 이야기다. 그의 차기작은 역시 코미디 영화인 ‘전국노래자랑’이다.

/suk@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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