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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톱스타배우 ‘투잡’ 시대, 감독ㆍ제작ㆍ시나리오 등 겸업선언, 할리우드화 경향
톱스타 배우들의 ‘투잡’ 시대다. 연기 뿐 아니라 감독과 제작 겸업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젊은 배우들의 창작역량이 높아지는 한편으로 한국영화의 교육과 제작시스템이 발전한 데 따른 ‘할리우드화 경향’이다. 미국 영화계에선 이미 톱스타 배우들의 감독ㆍ제작 겸업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배우출신 감독은 방은진이다. ‘오로라공주’로 감독 데뷔한 방은진은 두번째 장편영화 ‘용의자X’로 평단과 흥행에서 모두 호평받았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공히 여성들의 입지가 좁은 영화계에서 이뤄낸 성과다. 여성이자 배우출신 감독이라는 영화계 ‘비주류’의 약점을 넘어선 성취다.

구혜선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장편 데뷔작 ‘요술’에 이어 ‘복숭아나무’의 개봉(31일)을 앞두고 있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감성과 연출세계는 보여줬으나 아직 대중적인 가능성은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박중훈은 롯데 엔터테인먼트의 투자를 받아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인 30억원을 들여 데뷔작 ‘톱스타’(가제)를 준비하고 있다. 연예 매니저가 톱스타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 단계로 내년 개봉을 목표하고 있다. 

유지태는 3억원의 저예산 영화 ‘마이 라띠마’를 찍었다. 사회의 밑바닥 인생을 사는 빈곤한 30대 남자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국제결혼한 이주여성간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처음 상영됐다. 관객 반응엔 장점과 단점이 고루 언급됐지만, 무엇보다 화려한 연예계에서 스타덤을 누리는 배우가 사회 현실에 비판적 시선을 던지고 소수자들의 삶을 그려냈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을 줬다. 유지태는 시나리오에서 촬영, 편집에 이르는 제작시스템에 대한 이해도와 안정된 연출역량으로 단지 ‘배우출신’이 아니라 진지한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존재감과 가능성을 입증했다. 


하정우도 최근 감독 데뷔 선언을 했다. ‘인간과 태풍’ 이라는 작품이다. 제작은 소속사인 판타지오가 맡았다. 태풍에 휘말린 도쿄-김포 노선 비행기에서 일어나는 일대 소동을 그린 코미디다. 내달 촬영을 시작해 내년 개봉이 목표다.

이같은 경향은 연극영화과를 둔 각 대학에서 연기 뿐 아니라 연출 및 제작 과정 전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한 결과다. 실제 김인권을 비롯해 윤은혜, 류현경 등 배우들은 학교 졸업작품으로 장편 혹은 단편 영화를 연출했다. 주연배우가 감독과 영화 기획부터 함께 하거나 감독-배우간 의사소통이 확대된 현장의 분위기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정우의 사례에서 보듯 영화 제작과 투자, 매니지먼트에서 배우가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것도 감독 겸업 배우들이 속속 등장하는 이유다. 배우가 직접 기획에 참여하거나 소속사가 적극 나서 제작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혜선의 경우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적극 지원을 하고 있다.

제작자로서 포부를 드러내는 스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장동건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연출이나 제작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소지섭 역시 “현재 제작할 작품을 고르고 있다, 조만간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할리우드에선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선두로 실베스타 스탤론, 조지 클루니, 벤 애플렉 등이 감독으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톰 크루즈와 톰 행크스, 브래드 피트를 비롯한 많은 스타배우들이 독자적인 제작사를 운영 중이다.

과거 서세원, 이경규, 오지명 등이 감독에 도전했으나 흥행, 비평 모두에서 실패했고 한동안 연기자 출신 감독은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다. “할리우드에선 기획, 시나리오, 촬영, 미술, 조명 등 각 분야 분업화 및 전문화가 발전돼 있어 감독은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는 데 반해, 한국영화계에서는 제작 전반에서 감독 의존도 및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영화의 제작시스템이 체계화된 것도 배우들의 감독 및 제작 겸업 경향을 북돋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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