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싸이 ‘강남스타일’의 안무인 ‘말춤’이 유행하며 안무 저작권에 대한 여론이 환기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대중가요 안무의 저작권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는 저작권의 보호 범위를 반영한 것으로, 판결이 확정되면 대중가요 안무 저작권이 법원에서 인정받은 첫 사례가 된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이기택)는 걸그룹 ‘시크릿’의 히트곡 ‘샤이보이’의 안무를 제작한 박모(31) 씨가 자신의 춤을 강의에 이용한 댄스교습학원 A사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A사 등은 판결에 따라 ‘샤이보이’ 안무를 강의하거나 안무를 재현한 동영상 등을 게시해서는 안되고, 박 씨에게 손해배상 및 위자료로 4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저작물의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 안무는 각종 댄스 장르의 전형적인 춤 동작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샤이보이’라는 노래의 전체적인 흐름, 가사 진행에 맞게 재구성된 것으로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되는 창작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저작권법의 저작재산권 보호기간, 대중가요의 통상적인 수요기간 등을 종합하면 적어도 2014년 12월 31일까지 이 사건 안무에 관한 저작권 침해행위를 금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지난해 “‘샤이보이’ 안무가 고유 창작물임에도 A사가 허락 없이 일반인에게 안무를 가르치는 등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1심 판결 이후 대중음악 안무가들이 저작권을 공동 관리하고 안무가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안무가저작권협회(가칭)의 설립을 추진한 바 있으나 현재는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상담팀 관계자는 “흔히 안무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저작권법은 안무를 연극저작물로 분류해 창작 시점부터 보호하고 있다”며 “안무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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