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토끼’쫓는 김규식 첼리스트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모르잖아요. 아직 인생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저의 다른 면이나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어요.”첼리스트 김규식(41)은 한 번에 세 마리 토끼를 쫓는, 욕심 많은 사냥꾼이다. 음악가이자 자원봉사자이기도 하고 사업하는 CEO이기도 한 그는 한 단어로는 정의되지 않는 사람이다.
지난 2009년 탤런트 김세아와 결혼해 두 아이의 아버지로 살고 있는 김규식은 피아니스트 김정호의 아들로, 형제들도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다. 독일 에센-폴크방국립음대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낸 그는 처음엔 클래식 음악에만 전념했으나 최근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 2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난 그는 능숙한 사업가의 모습 그대로였다.
“음악은 혼자 하는 시간이 많은데 비즈니스는 내면의 일을 밖으로 끄집어내야 해요. 전 그런 걸 좋아합니다.”
그는 자신의 성격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해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OST 제작 등 음악 비즈니스를 하려고 계획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생수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현재 그의 공식 직함은 시에나워터 판매법인 ‘시에나M 대표이사’다.
대표가 된 후 지난 9월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그는 “평소 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엄마와 아이를 위한 물을 만들어 보자고 하고 대표직을 수락했다”고 했다. 프리미엄 미네랄워터인 시에나워터는 인체의 활성산소를 감소시켜주는 알칼리수다.
“좋은 첼리스트가 되기 위한 노력도 하겠지만 비즈니스맨으로서도 멋진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지금은 생수 사업에 전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음악을 손에 놓은 것도 아니라고 했다.
지난 4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한 ‘첼리스트 김규식과 무누스앙상블 with 8첼로’ 콘서트는 8대의 첼로와 재즈 콰르텟이 함께하며 고전 클래식부터 록음악까지 섭렵했다. 즉흥적이고 실험적이었지만, 대중적인 무대였다.
“한 해 60회 정도 공연을 했다”는 그는 사업 때문에 쉽진 않겠지만 “콘서트를 40회 정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선택한 건 음악가 위주의 레퍼토리로 진행하는 것. 지난 5월 ‘브람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콘서트와 비슷하게 준비할 예정이다.
무누스앙상블과 함께 활발하게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연말 일본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8대의 첼로 공연 덕분이다.
욕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요즘은 하나만 가지고 되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제 삶의 목적은 레슨만 하고 사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랑을 공유하는 겁니다.”
결혼 전인 2009년 7월부터 재능을 나누며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는 김규식-김세아 부부는 최근엔 그 관심을 미혼모로 돌렸다. 지난 3월엔 미혼모를 돌봐주는 시설에 방문하기도 했고, 공연을 하며 수익금을 대한사회복지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시작할 때만 해도 경험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누굴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방법도 알게 되고 노하우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올해 말에도 이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시에나워터의 일본 진출과 연주자로서 일본 공연도 준비하고, 세상과 나눔도 실천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그는 “첼리스트로선 많은 곡을 연주하며 사람들과 호흡하고 싶고, 사업가로서 성공하면 문화재단을 설립해 어려운 예술가들을 돕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나눔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