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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당업계ㆍ정치권, 기재부 설탕정책 ‘몽니’에 부글부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설탕을 만드는 국내 제당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대로라면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기획재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수입 설탕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겠다고 ‘몽니’를 부려서다. 급기야 국회의원들도 여ㆍ야를 가리지 않고 기재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25일 제당업계ㆍ정치권에 따르면 기재부가 최근 내놓은 설탕에 대한 기본관세율 인하안(30%→5%)이 뭇매를 맞고 있다. 상식선으로 봐도 파격적인 관세인하율로, 이명박 정부가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는 물가 안정을 위한 방편으로 설탕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해에도 설탕 관세율을 기존 35%에서 5%로 낮추겠다는 내용의 입법발의를 했다가 국회에서 ‘퇴짜’(35%에서 30%로 수정)를 맞는 전례가 있는데도 올해 또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재부가 제당산업이 갖고 있는 ‘업(業)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당장 국회의원들이 발끈했다.

전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수입설탕에 대한 기본관세를 대폭 인하해 물가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기재부의 정책은 오판”이라며 “관세인하로 설탕 같은 후방산업이 무너질 경우 오히려 수급ㆍ물가불안 가중 우려가 있는데, 이런 모든 걸 고려한 정책 방향인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민주통합당 설훈 의원도 기재부를 비판했다. 그는 “음료와 빵, 과자 등 가공식품에서 설탕의 원재료비 비중은 2,5%~5.2%에 불과한 반면 포장재 비중은 20.8%~45.6%로 훨씬 높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값싼 수입설탕을 들여오면 국내가공식품 가격이 모두 내려갈 것이라는 단편적인 사고로 무리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했다.

설탕이 전체적인 물가에 미치는 효과는 0.014%이며, 주요 품목의 순위를 매겼을 때 315위에 불과하다. 굳이 수입 설탕 관세를 낮추지 않아도 물가엔 영향이 없다고 보는 의견이 많은 이유다.

다른 나라에선 제당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율을 높게 가져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연합(EU)이 85%, 일본이 70% 등이다. 설탕을 만들기 위해 원료를 대량으로 구입해야 하고, 공장도 24시간 돌려야 하는 등 전형적인 장치 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어 관세장벽으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는 것.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도 수입 설탕 관세가 낮아져도 크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제당업계는 판단한다. 동남아의 질 낮은 설탕이 국내에 유입되는 데다 가격 측면에서도 대용량(20㎏ 기준, 국산 대비 20% 저렴)이 아니면 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특히 관세를 낮췄을 때 초래되는 산업 붕괴의 전례를 우려한다. 베네수엘라는 2007년 수입설탕에 매겨진 15%의 관세를 0%로 조정했다가 이듬해부터 설탕 공급부족 사태를 맞았고, 가격도 배 이상 뛰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를 지지하는 미국, 캐나다 등도 제당 산업에 대해선 협정 품목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대체 누구를 위해 관세 인하안을 고수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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