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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의 영웅’ 수퍼맨은 왜 신문기자를 그만뒀을까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미국의 유명 만화 ‘수퍼맨’의 주인공 클라크 켄트가 사표를 집어던졌다. 무려 70여년 몸 담았던 신문사를 그만 두고 새로운 세상에 발 맞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다. 애초에 지구의 영웅이 책상머리 앞에 앉아 꼭두각시처럼 절대권력의 입맛에 맞춘 기사를 쓰는 일은 불가능했다. 이제 새 시대의 영웅은 ‘온라인 블로거’로 도전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문화의 상징이 된 지구의 영웅 ‘수퍼맨’은 미국 작가 제리 시겔과 캐나다 출신 만화가 조 슈스터가 손을 잡고 만든 탄생시킨 만화로, 1938년 6월 미국 DC코믹스의 ‘액션 코믹스 #1’을 통해 처음 연재됐다. 무려 190cm에 달하는 장신인 주인공 클라크 켄트는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어리바리한 신문기자로 일상을 살았다. ‘데일리 플래닛’을 통해서다. 클라크 켄트는 그러나 이제 자신의 손에서 펜을 놓는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 맞추기 위한 선택이다. 바로 24일(현지시간) 발간되는 최신호를 통해서다.

영국 일간 텔레크래프 23일(현지시간) 전한 ‘수퍼맨’의 최신호의 내용에는 클라크 켄트가 조직 안에서 굴려왔던 자신의 펜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깊은 고뇌가 담겨있었다. 장면은 클라크 켄트와 ‘더 플래닛’의 편집국장 페리 화이트의 대화로 시작된다.

편집국장의 호출을 받은 클라크 켄트는 국장과의 자리에서 불만을 토로한다. “회사가 연성뉴스만 쏟아내고 진실이 담긴 묵직한 주제는 회피한다”는 얘기였다. 

언론사이지만 결국 대기업이나 정부와 상부상조해야하는 하나의 회사라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심지어 ‘데일리 플래닛’은 재벌기업에 인수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대중이 중심이 된 사회에서 그들의 요구에 맞춘 ‘낚시성 기사’들을 쏟아내야 하는 현실도 피할 수 없었다. 한 분야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기자로서의 자존감은 무너지고, 왜 ‘뉴스를 전해야 하는지’, ‘진짜 뉴스는 무엇인지’, ‘왜 뉴스가 쌍방향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이 되고 있는지’, ‘뉴스를 전하는 신문사의 정의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켄트는 “왜 뉴스는 일방적이어야 한다고 믿는 잉크 괴물(데일리 플래닛으로 통용되는 신문사 전체를 의미)의 논리에 따라 일방적인 목소리만 전해야 합니까”라면서 “뉴스란 무엇인가요”라는 자조적인 대사를 내뱉는다.

편집국장 역시 “시대는 변했고 종이신문은 수명을 다했다”면서“나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읽고 보기를 원하는 기사를 전달하는 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할 뿐이다.

이게 바로 ‘지구의 영웅’이 조직을 버리고 떠나는 이유다. 텔레그래프는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수퍼맨은 이제 ‘이직할 또 다른 매체’를 찾기 보다는 ‘파워블로거’의 길을 걷게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설명은 수퍼맨의 현재 작가 스콧 롭텔이 미국 일간 USA투데이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찾아볼 수 있었다. 스콥 롭텔은 USA투데이를 통해 “켄트는 편집국장에게 ‘신문사가 뉴스를 생산하는 대신 엔터테인먼트를 원하는 대중의 요구에 영합해 연예 포주 역할로 전락하고 있다’고 개탄한다”며 “이는 27세 남자가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대재벌의 입맛에만 맞춰 상사의 지시만 받게 되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퍼맨은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인데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윗사람의 지시에 맞춰 목을 까닥거리는 일로 중요한 사람의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었다.

때문에 스콧 롭텔에 따르면 켄트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폭로하는 전달자 역할을 한다. 다른 언론사로의 재입사는 없다. 단, 미국의 유명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포스트나 드러지 리포트와 같은 매체를 만들며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갈 영웅이 되리라는 것이다.

DC코믹스의 대변인은 수퍼맨이 ‘신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버리게 된 것에 대해 “켄트 개인으로나 ‘수퍼맨’의 전체 구성상으로나 모든 단계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하는 다각적인 스토리를 담기 위한 것”이라면서 “클라크 켄트가 ‘데일리 플래닛(신문사)’를 떠나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의 사임은 저널리즘과 엔터테인먼트의 균형을 맞추고 뉴미디어의 새로운 역할, 시민 블로거의 부상 등과 같은 현재의 문제를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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