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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이 전한 러시아의 역사와 정취
가을 바람이 유독 쌀쌀하게 느껴졌던 23일 저녁,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은 차이코프스키와 쇼스타코비치로 러시아의 역사와 정취를 그대로 전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은 노지휘자 페도세예프의 열정까지도 전해받는 무대였다.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는 마에스트로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Vladimir Fedoseyev)는 깃이 없는 상의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등장했다.

그의 지휘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말처럼 거세고 역동적이진 않았으나 물흐르듯 부드럽게 연주를 이어가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1932년생으로 지난 1974년부터 악단을 이끌고 있는 그는 팔순의 나이를 무색케 할 정도로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지휘를 계속해 나갔다.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은 1부에서 2010년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강주미)과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35)을 협연했다. 스물다섯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와 여든 살의 지휘자가 나란히 무대에 서서 선보이는 연주는 55년이란 세월을 뛰어넘었다.


클라라 주미 강의 바이올린 연주가 젊은 힘과 감성을 보여줬다면 페도세예프와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의 연주는 유연함과 동시에 서정적인 감성을 잘 표현했다.

연주를 마친 클라라 주미 강과 악단에게 보내는 박수는 끊이지 않았고 두 사람은 몇 차례나 무대 위에 등장하며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Symphony No. 10 in E minor, Op. 93)을 선보인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은 힘있는 현악을 바탕으로 클라리넷과 피콜로, 호른의 연주도 인상적이었던 무대였다.

1부와는 달리 페도세예프는 지휘봉을 두고 맨손으로 지휘를 이어나갔고 때론 빠르게, 때론 부드럽게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며 연주의 흐름을 조절했다.

막바지에 이른 연주는 절정에 다다르며 쇼스타코비치의 웅장하면서도 깊은 감성을 전했고 연주가 끝나기가 무섭게 관객들은 팔순의 노지휘자와 악단에게 환호와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38년이란 오랜 기간 악단을 이끌며 러시아의 현대사와도 함께 해 온 그의 인생처럼 지휘와 연주에서도 오랜 세월이 묻어났다.

1991년 군사쿠데타가 발발하던 날 단원들을 설득해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을 전차들이 포위한 상황에서도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하고 ‘숲의 노래’를 녹음하기도 했던 악단의 역사와 페도세예프의 경험이 관객에게 전해진, 쌀쌀한 날씨와도 잘 어울린 콘서트였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과 협연한 클라라 주미 강. [자료제공=빈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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