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래서 그들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에 방대한 시장까지 갖춘 중국.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차이나 드림’을 안고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기업들이 속속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른바 한국 기업들의 ‘유턴’이다. 이들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을 버리고 국내로 돌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노동력이 싸다고?=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먹구름이 자욱한 세계경제 속에서도 중국 경제는 7~8%대 성장률로 주요 경제국들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다. 하지만 기준점을 달리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과거 국내총생산(GDP)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요즘 속도는 ‘둔화’를 넘어 마치 ‘후퇴’하는 듯 보일 정도다. 극심한 내수 침체가 시작됐지만 인건비 등은 상상을 초월할 수준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과거의 기준에 맞춰 중국에 설비 투자를 감행했던 한국 등 외국 기업들은 고전을 면할 수 없는 구조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02년 중국 상하이(上海)에 진출한 국내 토종 여성 숙녀복 브랜드 영프라자의 김영순 사장. 그는 중국의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 올해 3월 유턴을 결심, 현재 충청북도 충주에 새둥지를 틀었다. 김 사장은 “처음 중국 진출했을 당시 근로자들의 한달 평균 임금이 160위엔이었지만 지금은 4대 보험을 제외하고 3000위엔에 달한다”며 “세계 어떤 기업도 10년 사이 중국의 인건비가 10배 이상 오르는 것을 예측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에 2개 공장 960명으로 시작했던 영프라자는 공장 한 곳을 문 닫고 현지 직원도 405명으로 감원했다.

김 사장은 “공장 이전을 계획하자 중국 정부가 각종 유인책을 썼다”며 “아직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내륙 쪽으로의 이사를 권유하면서 각종 혜택을 약속했지만 지금의 속도라면 결국 3~4년 후 거기도 비슷한 상황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해 고국으로의 과감한 유턴을 감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세제 해택에 ‘Made in Korea’ 라벨까지= 이제 영플라자 같은 사례는 유행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지식경제부는 중국 청도에 진출한 한국 보석ㆍ장신구 기업 14개사가 전북 익산 제 3 일반산업단지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청도에 있는 한국계 주얼리 기업은 400여개로 대부분 연간 200억~300억원의 매출에, 고용인원 400~1300여명의 중소ㆍ중견 기업들이다. 이들은 지난 1990년대에 중국으로 진출한 한국 주얼리 기업 1세대들이다.

이들 가운데 14개 기업이 유턴을 계획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중국 공장은 저가 제품 위주의 생산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국에서는 고가제품을 생산, 미국ㆍEU 등에 수출하는 2원화 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제품의 질을 떠나 고부가가치 제품 에는 ‘Made in China’ 보다는 ‘Made in Korea’ 상표가 붙어야 경쟁력이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들 업체들은 730억원을 투자해 10만7000여㎡ (3만2000평)규모의 공장을 짓고 3000여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도 이를 도와 기업들의 잇따른 유턴을 촉발토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이들 기업에게는 법인ㆍ소득세를 3년동안 100%ㆍ2년동안 50%, 국내 공장 설립을 위해 도입하는 신규ㆍ중고 자본재에 대해서는 1억원 한도에서 관세 50%가 감면되도록 했다. 또 부지매입비 40%, 설비투자비 10% 내에서 현금지원과 수출신용 보증우대 등의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지며 지자체는 공동 R&D센터 등 기반시설 지원도 돕기로 했다.

대기업도 동참했다. 넥센타이어는 당초 중동 지역에 건설하려던 생산시설을 경상남도 창녕으로 바꾸고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했다. 함께 들어설 협력업체들까지 고려하면 이 지역에만 4000여명의 고용이 신규 창출되게 됐다.

강성천 지식경제부 투자정책관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11%의 관세를 물었지만 FTA 체결로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이나 EU로 수출하면 관세가 없다”며 “여기에 ‘코리아 프리미엄’까지 덤으로 얻게된 것이 업체들에게 크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막상 와도 구인난 허덕일수도…= 하지만 유턴기업들에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이상 당장 국내 중견ㆍ중소기업들이 이미 겪고 있는 구인난을 그대로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순 영프라자 사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세제 혜택 등 여러 장점들을 바라보고 들어와도 막상 와보면 일할 사람이 없어서 난감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며 “처음 150명 규모로 국내 공장을 계획하고 유턴했는데 반년이 지났지만 50명 내외밖에 사람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생산직의 경우 국내인력이 오히려 중국인력들보다도 기술 숙련도 등에서 더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등산화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대도시는 수십년 전부터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진출해 왠만한 생산직 근로자들도 글로벌 스탠다드의 기술 숙련도를 보인다”며 “국내 중ㆍ소 도시의 저임금 근로자들에 비해 오히려 질적으로는 높은 수준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유턴 중견ㆍ중소 기업들을 위해 보다 정교한 인력 지원책을 고민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유턴 중견ㆍ중소 기업들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 고용보조금을 지금하는 것을 두고 현재 고용노동부와 협의중에 있다”며 “지자체들과는 지역 대학들과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인력 수급에 활로를 뚫기 위한 장기 플랜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yj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