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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밤과 음악’ 30주년 이미선 아나운서 “청취자 문장이 짧아져요"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안녕하세요~. 당신의 밤과 음악 이미선입니다. 지난 한주 주변사람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은 ‘날씨 정말 좋다’ 였습니다. 그야말로 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죠. 가을 햇살은 우리의 양 어깨를 어루만져주는 듯한 느낌인데요. 주말 어떻게 보내셨는지….”

나즈막한 목소리와 함께 피아노의 선율이 귓가를 울리면, 하루는 시름을 흘려보내고 마침표를 찍는다.

KBS 1FM(93.1㎒)에서 매일 오후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하는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당신의 밤과 음악’이 다음달 7일 30년을 맞는다. 1982년 첫 방송을 시작해 현옥, 유애리, 안희재, 한순옥 등의 아나운서가 진행석을 거쳤고, 현재 위로와 휴식을 주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미선(56) KBS 아나운서다. 그는 1978년 동아방송으로 입사해 1983년 KBS ‘음악의 산책’을 맡은 뒤 30년 가까이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과 함께 한 KBS의 최장수 클래식 DJ다. ‘당신의 밤과 음악’에선 1993년부터 지역방송사 근무 기간을 제외하고 16년째 안방마님이다.

생방송이 아니어서 비록 청취자와 실시간 교감은 이뤄지기 어렵지만, 애청자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연구소에서, 택시와 버스에서도 이 아나운서를 만나고 있다.


“옛날엔 손편지를 예쁘게 꾸며서 보내는 청취자들이 많았어요. 지금도 그 엽서를 모아 한 상자 갖고 있는데, 소년 합창단만 청하는 사람도 있고, 몇년 소식이 없다가 ‘직장 들어갔다’ ‘결혼했다’ ‘애 낳았다’고 간간이 소식을 전하는 사람도 있고, 너무 반갑고 고맙죠.”

그는 “우연히 듣다가 프로그램이 좋아서 자주 오게 된다거나, 선생님이 음악 숙제를 내서 듣는다는 사연을 보면 제일 반갑다”면서 “요즘 청취자들은 너무 편한 걸 지향해서 점점 쉬워지고, 문장도 짧아진다”며 아쉬워했다.

스튜디오 안에서 계절의 변화도 청취자 사연을 통해서 안다. 음악을 신청하는 레파토리가 달라지기 때문.

“가을엔 브람스 교향곡 3번3악장,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3번, 차이콥스키의 우울한 세레나데를 많이 신청하죠. 봄엔 클라리넷 연주를 많이 청하고 가을엔 첼로가 인기죠.”


아이돌과 K-팝(POP) 가요 바람이 뜨거운 속도와 변화의 시대에서 클래식 음악 듣기는 자칫 고답적이고 의고적 취미로 비치기도 한다. 더구나 라디오는 디지털 영상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점차 격조해지는 매체다.

이 아나운서는 “우리 아이들도 ‘엄마는 가요 프로그램 안해? 서태지나 HOT 만날 수 있을 텐데…’라고 했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 클래식 애호가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업이나 지자체가 후원하는 연주홀이 급증해서 존폐가 걱정될 정도라는 것. 여기엔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부모의 음악 교육열, 해외 조기 유학 열풍 등이 작용했다.

그는 또 “텔레비전은 화장이나 연출을 통해서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모습도 꾸며서 보여줄 수 있지만, 라디오는 절대 포장할 수 없다. 다 들키게 돼 있기 때문에, 연출을 할 수 없다. 감성적이면서 솔직한 있는 그대로의 채널이다”고 라디오의 매력을 꼽았다.


그런 핫(HOT)한 매체를 통해 음악을 드는 청취자는 진행자의 목소리만으로도 기분 상태, 건강 등을 금새 알아챈다. “라디오 청취자들이 저를 저보다 더 잘 알아요. 사연을 보면서 소름끼칠 정도로 놀랄 때가 있어요. 매일 두시간씩 만나는 게 흔치 않은 만남이잖아요.”

‘당신의 밤과 음악’은 오는 24일 오후7시30분 강원도 추천 한림대 일송아트홀에서 30주년 기념 음악회 ‘당신에게, 서른 걸음’을 열고 청취자와 가까이서 만난다. 600명을 사전 신청받았는데 벌써 만석이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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