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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대로 된 여행콘텐츠 원했던 독자들이 많더라고요”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는 틈틈이 와인 공부를 하다가 그만 와인에 푹 빠지게 됐다. 그리곤 와인 책을 내는 출판사를 따로 차려, 책을 낸지 8년째다. 2004년부터 일어난 와인 붐을 타고 ‘로버트 파커 3종세트’를 비롯해 와인 책을 어느새 23권이나 발행했다. 와인전문 출판사로 나름대로 입지도 다지고, 좋은 평도 들었다. 웹에서 국가별 와인, 가격정보, 관련기사 등 와인의 모든 것을 검색하고 찾아볼 수 있는 와인오케이닷컴(www.wineok.com)도 만들었고, 스마트폰용 와인 어플리케이션도 론칭했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빨리 갔다. 그런대로 팔리던 와인 책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기점으로 와인붐이 꺼지면서 요즘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와인 책은 기본경비도 많이 들고, 전문가 감수 등을 받다보면 권당 수천만원씩 손해보는 일이 허다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저자들의 제안이 들어오면 일단 정중히 고사부터 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유명 와인컬럼니스트인 조정용 씨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예상했던대로 이탈리아 와인기행 서적을 내자는 제안이었다. 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상대는 ‘올댓와인’등 와인 부문에선 우리나라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아닌가! 


유명작가님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기도 곤란했던지라 궁리를 거듭해 묘안를 생각해냈다. 시중에 와인기행문 형식의 책은 이미 50~60종이 넘으니 차라리 본격적인 여행 책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 불황이긴 해도 매년 여름 휴가시즌과 방학무렵이면 유럽으로 떠나는 여행객이 크게 늘고 있지 않던가?

이들을 겨냥해 ‘제대로된 심도있는 여행콘텐츠’로 방향을 바꾸면 좋을 듯했다. 프랑스에 가서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인증샷만 찍는 ‘코끼리다리 만지기’식 여행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프랑스의 속살, 즉 지역마다 특색을 갖춘 미식과 문화, 와인탐험을 바탕으로 한 여행정보는 거부할 수 없는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의 이 같은 역제안에 조정용 작가는 ”오래 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책이 여행 책이었다“며 흔쾌히 동의했다. 그리곤 1년6개월간 혼신을 다해 집필했다. 출판사에선 지도도 꼼꼼히 만들고, 관광 콘텐츠도 성실히 채워넣어 마침내 ‘프랑스 와인여행자’는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그런데 출간 사흘 만에 온라인서점의 여행, 지리부문 베스트셀러 4위에 오르며 반응이 뜨겁게 일기 시작했다. 2주가 지난 현재, 1000권이상이 팔려나가 2쇄를 준비하고 있다. 좋은 저자와 시의적절한 컨셉트가 적중한 것이다.


한 독자는 ‘책을 읽다 보니 프랑스로 날아가 맛있는 현지음식에, 와인 한잔을 곁들이는 환상적인 여행을 마침내 실현하게 됐다. 흥미롭고, 신뢰할만한 콘텐츠와 정보에 감사한다’는 글을 보내왔다. 그동안 와인 책을 출간하느라 아내로부터 ‘집 몇채가 날아갔다’는 핀잔을 들으며 위축됐던 심정이 말끔히 보상이라도 받는 느낌이었다.

역시 좋은 콘텐츠는 특별히 판촉을 하지않아도 독자들이 먼저 찾아 읽는다는 걸 확인했다. 독자는 언제나 냉정하며, 언제나 정확하다. 그래서 독자는 늘 무섭다.

글=유경종/ (주)BaromWorks및 와인오케이닷컴 대표, 정리=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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