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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이태형> 위헌 인터넷실명제…경찰은 신고독려
경찰청은 22일부터 오는 12월 19일까지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한 명예훼손, 모욕, 대선 관련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행위에 대한 특별 신고기간을 운영키로 했다.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게시판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위헌결정에 따른 조치다. 앞서 헌재는 약 두 달 전 본인의 인적사항을 등록해야만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은 표현의 자유 침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언론의 자유 침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며 참여연대 등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정부 등 공공기관과 유명 포털사이트 등에 익명의 게시글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당혹스러운 건 경찰이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종 비방글이나 허위사실이 인터넷에 유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시판의 글 중에는 상당수가 사실에 근거를 두지 않은 허위 사실이거나 후보 비방글이 올라온다. 따라서 이를 단속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경찰이 온ㆍ오프라인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경찰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취지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부족한 인원으로 루머단속의 효율을 꾀하려 한 것이겠지만 이 같은 조치는 헌재가 지키려 했던 개인의 표현의 자유 및 권리행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실명제’라는 허울 아래 개인이 갖는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려왔던 게 사실이고, 헌재는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

당연히 정부 및 공공기관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한치의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 법집행 기관으로서 불법과 합법을 명확히 하고 불법에 대해서는 엄정히 처벌하겠다고 하지만, 법 규정을 들이대기 전에 사회적 관습과 건전한 시민의식에 보다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일랜드 태생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자유는 책임을 수반한다”고 말했다. 다소 거짓설이 퍼트려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국민들이 혼란스러움에 빠질 수 있겠지만 자유를 빼앗을 순 없다. 자유를 훼손한 사람은 일벌백계의 엄벌로 다스리면 될 일이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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