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흰 눈이 덮힌 너른 광야 저 멀리로 네온불빛이 반짝인다. ‘I still remember’. 나는 아직도 당신을 기억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 순간을 기억한다는 것일까? 작가 이정의 2010년도 사진작품 ‘I still remember’(C프린트 136×170cm 2010)이다. 이정의 일련의 사진작업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받으며 한국현대미술 속 예술사진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다.
이처럼 현대사진은 단순히 풍경이나 인물을 찍는 것에서 훌쩍 더 나아가 기획하고, 연출한 사진들이 큰 부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작가 중에는 이처럼 연출한 사진, 퍼포먼스를 거쳐 찍은 사진, 또는 조각처럼 사진을 빚어서 입체를 만드는 사진 등 새로운 방식의 사진작업을 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미술에 있어서 날로 비중이 커지는 현대 사진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경기도 분당의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개막됐다. 성남문화재단의 주관 아래 ‘한국현대미술-시간의 풍경들’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기획전은 한국현대미술 작가 25명의 시선을 통해 현대미술 속에서 사진의 방향성을 살펴본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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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는 ‘그 집’ 시리즈를 통해 재개발로 인해 이제는 사라진 집들을 표현해왔다.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작가는 큰 목소리로 외치기 보다는 한발자국 물러나 조용히 말하고 있다. 디지털로 출력한 사진 위에 잉크와 아크릴 채색을 더한 강홍구의 사진작품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더해져 독특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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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은 사진조각으로 국내외에서 두각을 보이는 작가다. 그는 작업하고자 하는 대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진으로 촬영한 후, 압축된 스티로폼(아이소핑크)을 실제 크기로 조각한 뒤 그 위에 프린트된 사진을 일일이 붙여나가는 방식으로 사진조각을 만든다. 이번 전시에는 최근들어 작가들 사이에 큰 화두가 되고 있는 ‘피에타’를 권오상 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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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방송에서 즐겨 시행되는 로케이션 방식으로 사진을 연출해 작품을 만드는 정연두의 사진 ’로케이션’도 내걸렸다. 이밖에 김준, 박홍순, 도로시 M 윤, 오형근, 오석근, 난다, 이지영 등 저마다 개성있는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총전시작은 평면, 입체 등 50여점. 전시는 11월25일까지.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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