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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르한 파묵 "정신적 결핍이 문학 낳아"
35년간의 문학여정이 담겨
터키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강연이 책으로 나왔다. <소설과 소설가>(민음사.2012)는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이다. 노벨상 수상에 관심이 집중됐던 계절이니 만큼 더 눈에 띄는 책이다.

이 책은 오르한 파묵의 35년간의 문학여정을 볼 수 있다. 처음 독자로서 문학을 접하고 섭렵하게 된 동기와 그 방법을 공개했다. 그는 청년시절 정신적 결핍을 경험했다고 토로하며 당시 상황을 솔직하게 말했다.

“청년 시절 나는 정신적인 결핍감 때문에 형이상학, 철학, 종교뿐만 아니라 문학도 읽어야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십 대에 거의 생사가 달린 문제인 것처럼 흥부내서 중심부를 찾으며 읽었던 소설들 대부분은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155쪽

이어 소설들에서 삶의 의미와 세상의 중심부를 탐닉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 기간 동안 그는 톨스토이, 스탕달, 도스토엡스키 그리고 울프에게서 통찰을 얻어 스스로를 계발하고 자신의 세계관과 도덕적 감수성을 형성했다고 덧붙였다.

책을 통해 작가는 중심이 되는 하나의 견해를 피력한다. ‘소박한 작가’와 ‘성찰적인 작가’에 대한 입장이다. 그는 독일의 작가 프리드리히 실러를 ‘소박한 작가’라 구분 짓는다. 책에 따르면 이는 그가 글을 쓸 때 사상적이거나 도덕적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의 글을 고심하고 계산하며 운율을 맞춰가며 자기검열을 끝없이 함으로써 소설 기법에 고민하느라 분주한 작가를 ‘성찰적인 작가’라 말한다. 이 같은 구별법은 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파묵은 전적으로 ‘소박한’독자와 전적으로 ‘성찰적인’ 독자들을 절대 멀리하라고 한다. 소설 쓰기와 읽기가 주는 즐거움을 망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파묵은 두 방향의 소설가나 독자 어느 한 쪽을 옹호하지 않는다. 다만 절충적인 입장을 취하며 작가로서 소설과 독자를 바라보는 시각과 작품을 뜯어보는 기법 등을 전한다. 이를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증명한다.

또한 최근에 발표한 <순수 박물관>은 그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박물관 세우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실렸다. 특히 놀란 만한 것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작품 배경이 된 시대의 사진과 골동품들을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필요한 물건을 주문제작하기까지 했다는 점이다. 창작에 대한 그의 치열한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소설과 소설가>는 소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여기에 작가의 개인적 집필 방식과 시각이 더해져 오히려 쉽게 다가온다. 이 책은 소설가 지망생 혹은 소설가에 대해 관심 있던 독자라면 한 번쯤 살펴둘 일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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