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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승범 “외로움은 삶의 동반자죠”(인터뷰②)

변신의 귀재 류승범이 이번에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내하는 천재 수학자로 돌아왔다. 그는 영화 ‘용의자X’(감독 방은진)를 통해 기존의 독특하고 4차원적인 이미지를 벗고 속을 알 수 없는 순정남 석고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최근 서울 강남 모처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또 이렇게 한 작품을 잘 마무리 짓게 돼 뿌듯하다”며 웃어 보였다.

이번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가히 새롭고 놀랍게 다가온다. 사회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석고의 차단된 생활과 축 처진 어깨, 느릿한 걸음걸이, 낮은 목소리 톤까지 세심한 행동 하나하나 캐릭터에 완벽히 분했다.


“이미지 변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미지는 제가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웃음) 그건 저를 보는 분들의 판단인거죠. ‘이미지 변신’이 잘 생각해보면 보는 사람이 ‘아 저 사람 변했다’라고 느끼는 거잖아요. 그저 새로운 역할, 새로운 이야기일 뿐이죠. 저는 항상 똑같은 사람이고요. 단지 배우한테 똑같은 건 없는거죠. 관객들이 다르고, 작품에서 제가 풍기는 분위기가 다른 것처럼요.”

한 마디로 류승범은 가늠할 수 없는 배우다. 낙천적이고 재치 있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 역시 “나조차 나를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며 웃어 보였다.

“제 성격이 어떠냐고요? 너무 많은 면이 있죠. 다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상갓집 가서 울다가도 남자 양말에 구멍 난 거 보면 웃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 성격이 딱 그래요.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공존하죠.”

이번 영화의 메가폰은 방은진 감독이 잡았다. 그의 세심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은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실제로 배우이자 감독인 방은진과 호흡은 어땠을까.

“보통 감독님들 같은 경우는 자신의 생각을 몸이나 대사로 표현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방은진 감독님은 본인이 배우라 그런지 표현의 방식을 알더라고요. 직접 대사와 표정을 표현하셨어요. 그래서 훨씬 더 감독님이 의도하는 게 뭔지 쉽게 다가오기도 했고요. 단점이 있다면 너무 그렇게 잘 아시니까 틈이 없더라고요.(웃음)”

그가 분한 석고는 결코 흔한 캐릭터가 아니다. 쉽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석고의 ‘욕망’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고 연기했다.

“실제로 몸이 잘 달라붙지 않더라고요. 석고가 매력은 있는데 밀접하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어쨌든 이해를 해야 했죠. 늘 증명만을 추구하고, 풀지 못한 답에 회의를 느낀 천재 수학자 석고가 화선이 등장하면서 삶의 이유가 생긴 거잖아요.”
평소 옷 잘 입는 패션스타로 알려진 그가 이번 영화에서 선보인 ‘석고’ 패션은 웃음보를 자극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그냥 스타일리스트에게 맡겨 봤어요. 그때 제가 석고의 의상 중 한 벌을 입었더니 매니저가 ‘형, 저희 아버지도 이렇게 안 입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참 재밌는 의상이죠. 옷도 헐렁헐렁하고요. 또 촬영을 많이 할 때라서 살이 확 빠지기도 했거든요. 바지가 점점 커지는 거예요.(웃음) 만약 제 친구가 석고같은 말투와 그런 옷을 입는다면 답답하겠죠.”

마음에 그늘이 가득 진 석고를 연기하면서 외롭지는 않았을까. 류승범은 “외로움은 삶의 동반자 아니냐”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제 외로움을 ‘외로움’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본 원작 속 주인공의 모습은 사회로부터 소외 받은 40대 남자처럼 보였어요. 현 도시의 아이콘이죠. 천재 소리를 들었던 소년이 루저가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현재 우리 모습이 참 쓸쓸한 것 같아요. 사랑도 이기적이잖아요.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선택하곤 하죠. 석고의 모습을 보면 관객들이 아마 ‘과연 한 번이라도 희생적인 사랑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할 것 같아요.”

그는 석고의 사랑 방식을 어떻게 생각할까. 현실적으로 석고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인생을 내건 희생을 치르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저도 이런 사랑이 존재할지 아닐지 답을 내릴 수가 없더라고요. 과연 석고와 같은 상황에 처하면 제가 어떻게 대처할지도요. 저는 어떤 사람을 사랑하냐고요? 느낌만 보고 판단하는 편이에요. 느낌이 좋은 사람한테 끌리더라고요.”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로 데뷔한 류승범. 어느 덧 13년 째 연기를 하고 있는 그의 나이 역시 서른을 넘어선지 오래다. 그에게 나이는 결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20대와 30대, 40대로 구분하는 것이 우스울 뿐이다.

“‘30대에 접어들면 어떻다’하고 정의를 내리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30대의 문을 닫고 40대의 문을 여는 게 아니잖아요. 그저 저는 앞의 현상만을 바라봐요. 나이로 과정과 결과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딘가에 구속 받는 것을 거부하고, 늘 자유를 추구하는 류승범.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는 그의 모습은 작품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안일함을 추구하지 않고 늘 도전하는 류승범이 그가 다음에는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기대가 모아진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 ji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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