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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철대오’, 1980년대 아련한 첫사랑을 불러오다
영화 ‘용의자X’, ‘늑대소년’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인정하는 ‘꽃미남 배우’ 소지섭, 송중기다. 여기에 선전포고를 한 남자가 있으니, 바로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감독 육상효, 이하 강철대오)의 주인공 김인권이다.

때는 1985년. 외모, 스펙 등 그 어느하나 내세울 것 없는 중국집 배달원이 당시 엘리트 집단인 대학의 한 여대생을 짝사랑하게 된다. 자신은 감히 당사자 앞에 설 용기조차 내지 못하는 연애 초짜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혁명 투사가 됐다.

‘강철대오’는 베테랑 배달원 대오(김인권 분)의 예린(유다인 분)을 향한 눈물겨운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40대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떠올렸을 법한 치열했던 민주화 운동 시절 당시, 체 게바라가 뭔지 관심도 없는 이 중국집 배달원은 사랑을 위해 몸을 던졌다.


생일 파티인 줄 알고 찾아갔던 곳은 다름아닌 운동권 학생들이 점거한 미국 문화원. 전경과 대학생들이 서로 팽팽하게 대치한 상황에도 대오는 예린과 함께 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어둠’과 ‘밤’이 들어간 노래는 김완선의 ‘오늘 밤’ 밖에 모르는 일자무식 대오는 예린을 향한 용기 하나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인데, 그는 어느 새 혁명 투사로 변해 있다.

‘강철대오’는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지켜주고 싶은 예린 만을 위해 움직이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강철대오’가 주는 메시지는 사랑 이야기다. 당시 사회에 대한 이야기나 정치적인 색깔보다는 그저 그 시대에 살았던 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개인의 경험과 공감에 따라서 시대적인 배경이 가져다주는 아픔, 추억이 ‘강철대오’를 무겁게 만들수도 있지만 육상효 감독이나 김인권 등 배우들은 그 모든 것을 포용하려 한다.

그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많은 작품들 중에 ‘강철대오’가 ‘재미있었던 영화’로만 잊혀지는 것을 원치 않을 뿐이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을 끄집어내는 육상효 감독만의 독특한 전개 방식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대화, 소품, 동작 등 소소한 하나하나가 웃음의 포인트가 된다.

또한 이 영화는 잘 생긴 놈만 연애하는 세상에 당당히 도전하는 철가방 대오의 눈물겨운 사투가 담겨 있다. 버스의 안과 밖을 두고 연인들이 하는 유치한 연애를 꿈꾸는 소심한 대오가 무엇을 얼마나 바라겠는가. 그는 자신만의 연애 혁명을 이어나간다.

대오의 행동의 중심에는 항상 예린이 존재한다. 그에게 선과 악보다는 ‘내 여자의 안위’가 중요한 기준이다. 때론 말도 안되는 허풍으로 모두를 속이지만, 작품을 접하는 그 누구도 대오에게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다. 단지 애틋한 짝사랑이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아울러 작품 속에 그려지는 1980년대 배경은 40~50대 관객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20~30대 관객들에게는 첫사랑의 풋풋한 추억을, 10대 관객들에게는 지금과 너무나도 다른 세상에 대한 신선함에서 오는 재미를 안겨준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묵직한 작품들 속에 한 줄기 청량한 바람을 선사할 ‘강철대오’가 관객들과의 만날 채비를 마쳤다. 깊어가는 가을, 철가방 대오가 전하는 첫사랑 이야기를 통해 아련한 추억에 잠겨보는 것이 어떨까.

조정원 이슈팀 기자 /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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