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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인배> 광장에 문화예술의 꽃을…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이름의 광장이 존재하고 있으나 광장다운 광장이 많지 않다. 서울에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여의도광장 등이 있지만 광장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광장의 사전적 의미는 ‘공공의 목적을 위하여 여러 갈래의 길이 합쳐져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마당’이다. 넓은 장소이기 때문에 대규모 집회나 선거유세 등이 열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사들은 일상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광장은 텅 비어 있다.

광장이 사람들로 붐비지 않고 텅 비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에 예로 든 세 광장을 보면 모두가 빠른 차량의 흐름 속에 섬(島)처럼 고립되어 있다.

가끔 해외에 나가보면 여기저기 광장마다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과 악기연주, 마임, 기타 연주 등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예술가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광장은 몇 군데 횡단보도가 있어 가로질러 가는 인파는 있지만 모두가 바삐 종종걸음 치고 있을 뿐이다. 급속한 도시 팽창의 경험 속에서 도시의 일상 역시 마찬가지의 속도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광장’이라는 말 뜻 속에는 ‘대화의 광장’과 같이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와 같은 기능적 의미도 있다. 이것이 앞에서 설명한 ‘공공의 목적’일 수도 있다.

지난 추석 연휴 동안 내가 일하는 세종문화회관 앞의 광화문광장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다양한 축제가 차례로 열려 많은 사람이 모여 문화예술 공연을 즐겼으며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했다. ‘축제의 광장’이라는 기능이 잠시 되살아난 듯하였다.

그나마 도심에는 광장이라고 이름 붙은 넓은 공간들이 있지만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그야말로 축제의 광장이 될 만한 공간조차 없다. 그래서 주말 동안 동네 사람들이 모이기 좋을 만한 곳에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광장축제를 열기도 한다. 여러 갈래의 골목이 붙어 있어 연결성이 좋아야 생활공간과 소통하기에 유리하고 축제의 공동체성이 강화된다.

연휴가 끝나고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위에 서서 다시 섬으로 고립되어 있는 광화문광장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광화문광장과 세종문화회관 사이에 굉음을 내며 달리는 자동차들이 광장 건너편으로 옮겨간다면….

세종문화회관 뒤의 여러 갈래 골목들이 광장과 연결되어 시민들이 바로 광장으로 나와 열린 공간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고, 작은 규모의 거리 공연들도 이곳저곳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평일 점심시간이 되면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이 곳곳에서 모여들어 세종문화회관과 광장을 거닐며 마음의 여유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세종 뜨락에서는 그 시간을 통해 다양한 공연을 펼쳐 점심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도와줄 것이다.

시민들은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을 관람석 삼아 다양한 종류의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며(공연자를 위해 적당한 공연 관람료를 기부삼아 제공한다면 금상첨화!)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광장에서 자신만의 ‘문화 스타일’을 뽐낼 것이다.

문화는 더 이상 건물 안에 갇혀 있지 않고 광장으로 나와 거리를 거닐고 또 휴식하는 시민들과 함께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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