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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망구엘이 들려주는 창조적 독서법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후반 시력을 잃은 대문호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며 세상에 눈 뜬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 그는 더 타임스의 평가대로 책 이야기라면 천일 밤도 능히 지새울 책의 ‘세헤라자데’이다. ‘책 읽는 사람들’(강주헌 옮김/교보문고)은 이 책 읽어주는 남자의 독서에 대한 글 39편을 모았다.

“독서하는 능력이 우리 인간이란 종(種)을 정의한다”고 믿는 저자가 오늘날 생각하는 독서란 무엇일까. 저자는 우선 기술의 진보에 따른 독서 문화의 변화를 마냥 거스를 순 없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소중한 것마저 잃어서는 안 된다. 컴퓨터의 기억은 방대하지만 능동적이지 않으며 단순한 저장고에 불과하다. 또 과거의 텍스트가 독자에게 맛보고 삼킬 수 있는 대상이었다면 오늘날 웹 페이지는 미끄러지듯 달리는 수면에 비유할 수 있다. 문제는 테크놀로지에 말려들어갈수록 해석과 상상이 빈곤해진다는 데 있다. 새로운 기술이 책을 대신하고 보완해가는 변화 속에서도 미래의 독자는 수동적 관람자가 아닌, 창조적 독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저자는 ‘창조적인 해석’이야말로 독자의 최고 권력이며 이성과 상상을 동원해 저자의 의도를 넘어설 때 현재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얻고 해석의 힘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저자에 따르면 최고의 독서는 ‘변덕스러운 독서’다. 만화책부터 고전에 이르기까지 필요할 때 눈에 들어오는 책이 도움이 되는 책이며 최고의 안내자는 독자 자신의 변덕이다. 요컨대 끌리는 대로, 즐거움을 따라 읽으란 것이다.

“그 옛날 난 타오르는 책을 읽었네/펼치는 순간 불이 붙어 읽어나가는 동안/재가 되어버리는 책을”. 남진우의 시 ‘타오르는 책’의 한 구절이다. 이 책은 남진우의 시구처럼 “행간을 따라 번져가는 불이 먹어치우는 글자들”로 가득한, 책을 위한 책이자 탐독을 위한 또 하나의 ‘타오르는 책’이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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