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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100년 자부하던 산요도 코닥도…추락뒤엔 ‘실패키워드’ 있었다
성공하긴 힘들어도 실패하긴 한순간
국내기업중 절반이상이 역사 속으로

선두기업들의 착각 ‘알렉산더 딜레마’
영역확장 과욕에 사업핵심동력 망각

미래의 新시장 고민없이 방어만 몰두
제품 결함 책임회피로 이미지 타격도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 흥망사는 계속 어지럽게 돌아간다. 여기에 한 가지 진리가 있다. 성공하기는 낙타가 바늘 통과할 만큼 힘들어도 실패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를 주름잡던 기업도 한순간의 실수로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게 바로 비정한 비즈니스 세계다. 실제로 ‘포천 500대 기업’이 10년(1996~2005년) 동안 지위를 유지한 비율은 47%에 불과했고, 국내 30대 기업들도 17개만이 남아 있다. 반 이상의 기업이 몰락의 쓰디쓴 잔을 들이마시며 경쟁자에게 자리를 내준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 ‘실패(FㆍAㆍIㆍLㆍUㆍRㆍE) 코드’엔 이 답이 있다. 물론 여기엔 성공하려는 기업을 위한 반면교사가 숨어 있다.

▶F(Futureless)ㆍ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다=세계 자동차산업을 주도했던 빅 3(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이들이 옛 명성을 잃어버린 이유는 바로 기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GM은 1990년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등 소형 상용차 붐에 안주한 결과로 생산, 판매, 애프터서비스(AS)에 이르는 전 분야의 경쟁력이 취약해졌다. 실제로 GM은 지난 2004년 연구ㆍ개발비(R&D)로 4년 전보다 10% 적은 31억8400만파운드를 썼다. 경쟁사인 도요타가 같은 기간 R&D비용으로 33% 늘어난 34억8400만파운드를 쓴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결과, 기술 개발이 지체돼 친환경 차량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는 데에 실패했다.

데스크톱PC 시장의 선두 주자였던 델도 무선 인터넷 발달로 PC 시장이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시장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은 결과, 지난 2006년 업계 1위 자리를 HP에 내줘야 했다.

▶A(Avarice)ㆍ과욕이 화근=미국 할인유통업계의 선두 기업이었던 K마트는 사업 확장에 대한 과욕 때문에 몰락한 케이스다. 사업 확장에 대한 의욕이 넘치다 보니 가용 자원과 경쟁 우위에 대한 분석 없이 다각화를 감행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했다. 선두 기업이 걸리기 쉬운, 이른바 ‘알렉산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K마트는 1980년대 중반 매출 하락 및 수익성 악화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에 1987년 조지프 앤서니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사무용품ㆍ스포츠용품ㆍ서적 등으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K마트의 신규 산업은 기존의 할인유통업과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또 사업 다각화로 인한 자금 부담으로 기존의 매장에 대해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이에 K마트는 1990년 월마트에 1위 자리를 내준 후 2002년에 결국 파산했다.

일본 가전업체인 산요도 가전 및 오디오ㆍ비디오(AV) 등 기존 주력 사업에 대한 정리 없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다가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여력이 떨어지며 경쟁력 확보에 실패한 사례 중 하나다.

▶I(Independent)ㆍ사업부 간 시너지 무시=‘기술의 소니’는 사업부 간 경쟁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때 시장에서는 기업 내 조직문화가 독립적일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신화가 있었다. 시장처럼 기업도 사업부끼리 경쟁을 시키면 이윤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경영 전략이다. 이에 소니는 1994년 독립채산제를 도입했다.

독립채산제는 각 사업부가 별도의 회사처럼 운영되는 체제로, 조직 간 경쟁을 유도하고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다. 실제로 제도 도입 후 소니의 각 사업부는 치열한 경쟁을 했고, 그 과정에서 이윤을 독점하고자 기술 공유를 하지 않았다. 전자기기 안에 다양한 기능을 넣는, 이른바 ‘정보기술(IT)의 통합(integration)화’라는 시장 흐름에 역행해 오히려 기술력을 떨어뜨린 것이다.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독립채산제 때문에 소니는 애플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L(Look-away)ㆍ신(新)시장 외면=필름카메라의 대명사였던 코닥은 이미 장악한 기존의 시장을 지키려고 새로운 시장을 외면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시장의 변화를 무시하고 ‘디지털카메라’라는 신시장을 애써 모른 척한 것이다. 디지털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할 정도로 이 시장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가졌던 코닥 입장에서는 뼈아픈 실수다.

반면 소니, 후지필름 등 후발 일본 업체들은 디지털 사진기술을 개발하고 저가 필름 시장을 개척하면서 시장을 잠식해갔다. 그 결과, 코닥은 자산(51억달러)보다 부채(67억5000만달러)가 많은 자본 잠식 기업으로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즉석카메라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폴라로이드 역시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실적 악화의 원인을 환율 불안, 남미 시장에서의 고전 등 지엽적인 것으로 착각하고 새로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에 폴라로이드도 코닥과 함께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U(Undermine)ㆍ실적 지상주의로 조직의 권위 와해=1792년에 설립된 영국의 베어링스은행은 지나친 성과 중시 문화로 조직의 권위가 무너져 쇠락의 길로 들어선 경우다.

베어링스은행은 파산 직전 고수익 지점에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파격적인 전략을 썼다. 지점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지점들은 수익만 많이 올리면 본사에 세부 사항을 보고할 필요가 없었고, 내부 감사 역시 받지 않아도 됐다.

문제는 감사를 받지 않는 고수익 지점에서 일어났다. 싱가포르 지점 선물거래책임자인 닉 리슨이 일본 고베 지진으로 금융시장이 폭락하자 옵션거래에서 약 5000만파운드의 손실을 기록한 것. 당시 닉 리슨은 본사에 보고하지 않고 자신이 몰래 운용해오던 ‘88888에러 계좌’에 숨겼다. 닉 리슨은 손실을 만회하고자 옵션거래를 더 늘렸지만, 손실은 더 커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그 결과, 베어링스은행은 1992년 7월~1995년 2월 2년7개월간 총 2억파운드의 손실을 입어 결국 도산했다.

▶R(Rapture)ㆍ과거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현실감 상실=세계 최대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시스코는 이미 이뤄낸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미래에도 그 성공이 지속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실패를 맛봤다. ‘과거의 성공’이라는 마약이 현실감각을 마비시킨 것이다. 또 성공에 대한 과도한 확신은 자신의 ‘성공 공식’에 집착하게 해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마비시키고, 신사업이나 새로운 경영 방식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갖게 했다.

실제로 IT 거품 붕괴가 본격화된 2000년 12월 당시, 챔버스 시스코 회장은 “장비업체와 시스코의 미래에 대해 지금처럼 낙관한 적이 없다”며 연 50%의 매출 증가를 예단했다. 하지만 그 다음해인 2001년 IT 거품이 급격히 꺼지며 시스코 역시 판매 부진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그 해 4월 시스코는 과잉 재고 26억달러를 손실 처리하고, 직원 8500명을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E(Escape)ㆍ제품 결함 책임 회피=미쓰비시자동차는 제품 결함을 숨기려다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어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20년간 불량 부품을 리콜 처리하지 않고, 은밀히 교체해주다 지난 2000년 내부 직원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이에 회사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며 심각한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인 유니언카바이드도 같은 경우다. 1984년 인도 보팔에 위치한 살충제공장에서 독가스가 유출돼 1만5000여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유니언카바이드는 피해자를 구제하기보다 재무적 부담을 줄이려고 인도 법인을 매각하려고 했다. 이에 전 세계가 ‘무책임한 처사’라며 공분, 사태는 오히려 악화됐다.

반면 존슨앤존슨은 1982년 타이레놀 복용자 7명이 사망했을 때, 타이레놀 제조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고, 2억4000만달러의 비용을 들여 3100만병의 타이레놀을 전량 수거하는 노력을 했다. 그 결과, 기업 이미지가 더 좋아져 다음해 봄에 시장 점유율을 80%가량 회복하고, 곧 시장 점유율 1위에 복귀했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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