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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몰락의 재구성
변화 무감각…무능하고 탐욕스러운 경영자…무리한 사업확장…불통…
대우그룹·노키아·K마트…국내외 잘나가던 대기업들은 왜 추락하나


기업은 왜 망하는가? 회식자리 1차를 거쳐 2차 포장마차(요즘 사회적으로 절주 캠페인이 한창인데 2차를 거론해서 유감이지만 스토리 전개상 그렇다고 치자)로 옮겼는데 이 주제에 불이 붙었다면, 밤을 새워도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할 어려운 문제다.

혹자는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해 기업이 망한다고 단정한다. 어떤 이는 경영자의 무능 탓을, 혹자는 소통의 부재, 또 다른 이는 무리한 사업확장 등의 과욕을 거론할 수 있다. 기업 몰락의 주제에 빠져들수록 점점 교집합은 사라진 채, 의견충돌만 난무해질 수 있다. 어쩌면, 대기업 흥망 주제가 요즘 화두인 경제민주화로 번지고 대선후보 얘기까지 나오게 될 경우 침 튀기는 입씨름을 거쳐 주먹다짐까지 이어질 수 있겠다.

그만큼 기업 흥망사 분석은 개인 철학과 맞물려 다양한 시선이 존재할 수 있다. 변화를 읽지 못한 기업, 경영자가 무능한 기업, 소통이 없는 기업, 무리한 사업확장에 몰두하는 기업…. 다 맞다. 이들 기업은 망할 수 있는 충분조건(?)을 갖췄다.


영광과 굴욕, 환희와 비애로 얼룩진 그동안의 대기업 흥망사가 이를 입증한다. 무리한 사업확장과 해외공사 부실로 해체된 국제그룹과, ‘세계 경영’을 주창하다 IMF 외환위기 복병에 공중분해된 대우그룹에서부터 최근 ‘M&A 과식’후 수렁에 빠진 웅진그룹까지의 몰락과 좌절엔 공통적으로 이 같은 요소가 깔려 있다.

어디 국내 사례에만 한정될까. 지금은 살아났지만 1990년대 초 파산 일보직전까지 갔던 IBM, 1975년에 일찌감치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개발하고도 ‘필름시장 최강자’에 연연하다 소니와 후지에 추월당해 결국 파산한 코닥. 글로벌 기업들도 한 시대엔 군림했지만, 다음 세대엔 세간의 동정을 받는 신세로 전락한 곳이 부지기수다.

전문가 해부도 다양하다. 정현석 교수는 2000년 쓴 ‘기업은 왜 망하는가’를 통해 기업이 부도가 나는 가장 큰 원인 90%는 경영자에게 있다고 단정했다. 공병호 박사는 ‘대한민국 기업흥망사’(2011)에서 기업 몰락의 공통점을 ▷조직관리의 패착 ▷사업구조 쇄신의 실패 ▷시장을 읽어내는 통찰력 부재 ▷오너의 자질과 경영능력 부족 ▷급격한 환경변화 속 준비되지 않은 불운 ▷정치권력과의 불협화음 등을 꼽았다.

국내외 사례와 석학들의 진단을 토대로 ‘기업 사망’의 원인을 꼽을 때 역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스튜피드 컴퍼니(Stupid Company)’다. 남들은 다 세상을 읽는데, 아집에 사로잡혀 시대적 흐름에 편승치 못하고 변화에 뒤처지는 기업, 바로 ‘우둔한 기업’이다. 무절제한 탐욕에 집착한 기업도 언젠가는 몰락의 벼랑 끝에 내몰린다. 과욕, 과신, 과속과 같은 눈앞의 달콤함에 빠져 ‘절제’의 끈을 버릴 때 기업 뿌리는 썩어 들어간다.

“인간의 탐욕과 질투심이 인간성을 파괴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가 무려 50년 전에 내놓은 지나친 탐욕에 대한 이 경고 메시지는 인간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유효하다.

그렇다고 어리석음과 지나친 탐욕, 이 두 가지로 기업 몰락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뭐가 또 있는 것일까. 기업을 죽음의 길로 인도하는 ‘악마의 유혹’은 또 어떤게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비밀의 문을 열어보자.

<김영상 기자>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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