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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대우> 중남미에 부는 포퓰리즘 좌파정권 바람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하면서 남미에 재차 좌파정권 바람이 불고 있다. 차베스의 승리는 내년 2월 에콰도르 대선 연임에 도전하는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남미는 원래부터 못살았다고 생각한다. 아르헨티나가 2차대전을 전후한 시기에 세계 5대 강국 중 하나로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잘나가던’ 시절 지은 화려한 유럽식 건축물이 많아 ‘남미의 파리’로 불렸다. 중남미 국가들은 자원부국이다. 브라질은 아마존의 열대우림, 철광석, 설탕, 옥수수 등에서 세계 1~2위를 다툰다. ‘신은 브라질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연의 축복을 받은 나라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2위의 석유수출국이며, 칠레는 석유ㆍ천연가스ㆍ석탄ㆍ철광석 외에 세계 최대의 구리ㆍ몰리브덴ㆍ요오드 생산량을 자랑한다. 페루 역시 구리ㆍ아연 등 광물자원 부존규모가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

이렇게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며 승승장구할 것 같던 나라들이 도대체 왜 불과 반세기 만에 후진국으로 전락해버린 것일까. 의견은 분분하다. 라틴계 특유의 국민성이나 외세의 개입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쿠데타로 점철된 정치적 혼란과 무능·부패한 정부, 만연한 ‘포퓰리즘’이 가장 주된 원인이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중남미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후안 페론과 ‘페론주의(Peronism)’다. 페론은 포퓰리즘의 원조다. 페론 집권기 전후의 극심한 분배위주 정책은 ‘분배’라기보다는 민심을 얻기 위해 국민들에게 무조건 ‘퍼주는’ 정책에 다름 아니었고, ‘페론주의’는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남발하는 선심성 정책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페론 축출 이후에도 ‘남미병’으로 불리게 된 페론주의의 망령은 사라지지 않았다.

중남미 좌파지도자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하면서 남미에 재차 좌파정권 바람이 불고 있다. 차베스의 승리는 내년 2월 에콰도르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청신호로 간주될 것으로 보인다. 14년 동안 빈민층 지원에 전력을 쏟아온 차베스의 좌파적 포퓰리즘 정책이 국민에게 성공작으로 평가받으면서 ‘차베스 따라하기’에 나선 모랄레스로서는 차베스의 후광을 업으며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남미 좌파정권은 1999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집권 때부터 본격화됐다. 이후 칠레의 라고스 정권, 브라질의 룰라 노동자당 정권,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 페론당 정권, 우루과이 좌파연합 광역전선(Frente Amplio),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카와 쿠바의 카스트로 등 중남미 좌파정권은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남미에서 자취를 감춘 좌파정부가 최근 잇달아 들어서고 있는 것은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반감이 작용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잇단 좌파정부 출현은 이런 국민정서에 토대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남미의 좌파 바람이 과거 포퓰리즘의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하려는 것은 아닌지, 남미의 좌파 바람이 이제 움트려는 남미 경제성장의 싹을 다시 짓밟지나 않을지 우려스런 눈으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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