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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박금융 돈 가뭄 ‘계약 파기’ 속출
선주들 자금사정 악화 잇단 계약 불이행…조선업계 척수 줄이고 건조 선박 리세일까지 시도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3만7000DWT(재화중량t수)급 벌크선 1척에 대한 리세일(resale)에 성공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계약 파기 선박을 리세일로 처리해 손해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선박은 대만 TMT(Today Makes Tommorow)사가 발주한 4척 중 마지막 선박으로, 선주측 요청으로 인도가 연기되다가 결국 계약이 파기됐다. TMT측의 자금 사정이 그만큼 악화된 탓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의 경우처럼 선주의 자금 사정 악화로 선수금이나 건조대금 입금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계약파기까지 이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박금융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신조 계약을 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선주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계약 선박 척수를 줄여 선주의 부담을 줄이거나 이미 건조가 완료된 선박에 대해 선주와 공동으로 리세일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시장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도 TMT사와 계약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아직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7년 TMT사와 척당 약 1억5000만 달러의 가격으로 총 5척의 VLCC를 계약했다. 이중 3척은 이미 인도를 완료했지만, 2척은 아직 남은 상태. 양사는 계약 파기라는 최악의 상태를 막고자 수 개월째 협상 중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선박들을 선주와 공동으로 리세일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미 계약금으로 3000만 달러를 받았고, 현재 VLCC 시세가 1억 달러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리세일을 하더라도 7000만 달러가량 손해를 보게 된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 5월 말레이시아 육가공 업체인 PBHH사로부터 수주한 가축운반선 10척에 대해 건조작업을 시작도 못 했다. 계약을 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계약액의 10%인 선수금이 아직 입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PBHH사는 계약 파기는 막기 위해 10척의 계약 내용을 4척으로 줄이고, 2척을 우선 건조하는 내용의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성동 측은 이런 식의 계약으로는 수익이 나기 힘들어 PBHH측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금융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금융위기 직전인 2007~2008년 고가로 선박을 계약했던 선주들이 자금 사정을 이유로 계약 이행을 못 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며 “요즘 조선사들은 수주계약을 성사시키는 것만큼이나 계약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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