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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정치적 갈등에 휘둘린 경제안보
[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곳간에 양식이 넘쳐나니, 자존심 구겨가며 말 안듣는 곳간기지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논은 가물어가고 곳간을 호시탐탐 노리는 도둑들이 빤히 보이는데도 말이다.

한ㆍ일 양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지난 9일 만기가 20여일 남은 시점에서 양국간 통화스와프 확대 종료를 서둘러 발표했다. ‘순수한 경제적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ㆍ일간 독도 영유권 갈등이 겹쳐지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갈등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렸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물론 명분은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역대 최고 수준인 3220억 달러이다. 위기가 닥쳐도 충분히 대응 가능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을 보면 국가부도 위험도 일본보다 낮지 않느냐”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에는 굳이 감정적으로 껄끄러운 일본과 손잡을 필요없다는 자신감이 배어있는 듯 하다. 실제로 통화스와프 확대 종료 발표 이후 시장에서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통화스와프 확대가 ‘만일의 위기’를 대비한 안전판 성격이 강하다는 점 때문이다. 흉년이 들수도 있고 곳간이 털릴 염려도 있으니 위험을 대비한 보험에 가입한 것과 같다. 통화스와프 확대 종료는 보험을 해지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이 보험을 깰 때라고 보기는 어렵다. ‘만일의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럽, 미국 등 선진 시장의 회복세는 지체되고 ‘세계의 공장’이라던 중국마저 성장 저하가 뚜렷하다. 외부 환경에 민감한 우리 경제도 당연히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당장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에 머물 것으로 보이고 내년이라고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무엇보다 아시아 경제의 리더격인 한일 양국이 정경 분리 대응이라는 대원칙에서 벗어나 경제협력 문제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 걱정스럽다. 앞으로도 이번 조치와 같은 감정적 대응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전문가들은 골이 깊은 한일간 정치ㆍ역사 문제는 당장 해결이 어려운 만큼 경제 사안에 대해서는 ‘정경분리’ 원칙이 확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는 실리를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 한ㆍ일 모두 마찬가지다. 양국 모두 외화 안전판을 내던질만큼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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