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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정태일> 혁신가에서 야누스된 잡스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간)은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의 사망 1주기였다. 현재 애플 CEO인 팀 쿡은 “스티브가 세상에 준 최고의 선물은 애플이다. 그 어떤 회사도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했고,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잡스를 애도했다.

쿡의 말대로 잡스는 세상을 바꿨다. 그는 아이폰, 아이패드, 앱스토어 등을 연달아 세상에 공개하며 이른바 ‘스마트 월드’를 창조했다. 잡스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는 데 이견을 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나드는 공간 속에 다양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실제 수많은 앱 개발자들이 생겨났고, 전에 없던 서비스가 제공됐으며, 사람들의 생활 패턴도 상당 부분 달라졌다.

잡스 사후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혁신이 부족하다’는 평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것도 앞서 잡스가 보여줬던 결과물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혁신가로 상징되는 잡스의 위상은 남달랐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전자와의 소송에서 낱낱이 파헤쳐지는 잡스의 모습은 또 다른 얼굴이다. 그는 과거 세상을 놀라게 할 제품을 개발하면서도 경쟁사의 손발을 묶을 족쇄 또한 집요하게 연구했다. 바로 특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06년까지 애플에서 법무 담당자로 재직했던 낸시 하이넨은 “애플 직원 누군가 어떤 기능이나 기술을 상상하면 우리는 반드시 이를 특허신청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한 애플 전 변호사도 “특허로 승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알면서도 무조건 특허신청을 했다”며 “실패할 경우 경쟁사가 유사한 아이디어로 특허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저지했다”고 고백했다.

이 모든 작업을 지시한 장본인은 잡스였다. 지난 10년간 애플은 잡스의 강도 높은 지시로 무려 4000개 이상의 특허를 따냈다. 이는 경쟁 제품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무기였다. 이 때문에 경쟁사들의 연구개발 비용은 20%가량 올라갔다.

사람들이 애플을 선호하는 이유는 아직도 남아 있는 잡스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감쌌던 신비주의 껍질이 벗겨질수록 혁신가가 아닌 특허괴물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잡스, 당신은 진정 누구인가.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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