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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기업도 굳어지면 위기…2~3년마다 진동을 줘라
‘공병호경영硏’ 공병호 소장이 본 성공기업의 비결
경영자 욕망·과신이 큰 위기 초래
5000년 지혜 담긴 고전에 귀기울여야

인재육성 강조한 이병철 前삼성회장
삶의 본질 꿰뚫어본 ‘시장 속 철학자’
애플 ‘아이폰 쇼크’ 극복 토대 만들어



“사람이 문제다. 기업이 망하는 것은 너무나 인간적인 이유 때문이다. (경영자의) 개인적인 과욕과 자만이 판단 미스를 낳는다.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는 자기성찰과 이해가 중요하다. 그래서 경영진은 깊은 공부(인문학)를 해야 한다.”

민간 경제연구소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공병호경영연구소’를 12년째 운영하고 있는 공병호(52) 소장은 최근까지만 해도 효율과 실용을 앞세운 경영 컨설턴트 겸 자기계발 전문가였다. 그랬던 그가 요즘 ‘인문학’에 푹 빠졌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주제로 한 ‘고전강독’을 이미 3권 발간했고, 조만간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배경으로 한 네 번째 책이 나온다.

-인문학과 경영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인간은 욕망의 존재(플라톤)죠. 사업을 하는 분들은 특히 욕망이 강해요.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면 크게 실수를 하게 됩니다. 조직이 클수록 (경영자) 개인이 잘못 판단하면 전체가 망하는 겁니다. 인문학은 본인과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판단이나 이런 부분에 자기성찰이 중요한데, 실용서는 큰 도움이 안 돼요. 안을 깊게 심층 탐구하는 인문학 공부가 필요합니다. 특히 고전은 개인과 기업, 국가의 5000년 지혜가 담겨 있어 꼭 섭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웅진도 욕망 때문에 망했습니까?

“기본적으로 사업가는 낙관주의자들이지만, 윤석금 회장은 여러 번의 성공 경험으로 너무 자신을 과신했어요. 최근 3년 사이에 건설, 태양광, 저축은행 사업에 6000억원을 쏟아부었는데 이들 사업은 기존의 렌털, 책 사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자신감으로 무리수를 둔 것이 문제였어요. 외환위기 때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나 국가라도 안심하고 방심하면 3~4년이면 쉽게 망합니다. 웅진도 2009년까지만 해도 재무상태가 굉장히 건전했어요.”

경영자 한 사람의 욕망과 과신이 수십년 기업을 한순간에 망가뜨린다고 생각하면 너무 허무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공병호경영연구소’의 공병호 소장은 “기업의 쇠망은 경영자의 과욕과 과신, 자만 등 인간적인 이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경영자의 덕목 가운데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이 된 자기성찰과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100년 기업 만들기가 그렇게 힘듭니까?

“기업인 중에 여러 유형이 있지만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이 대단하다는 것이 이런 겁니다. 이 전 회장은 매우 코셔스(cautious, 신중한)한 스타일이었습니다. 삶과 사물, 기업, 인간의 바닥까지 꿰뚫어 본 ‘시장 속의 철학자’였죠. 그는 자신의 욕망, 과신 대신에 사람을 키우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였고, 조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삼성은 그 힘으로 ‘아이폰 쇼크’를 이겨냈고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이병철 같은 인물은 드물잖습니까. 손에 잡히는 비법은 없습니까?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쇄신을 해야 합니다. 조직은 우리 몸과 같습니다. 2~3년 기간마다 조직이 굳어지지 않도록 진동을 줘야 합니다. 신상필벌, 제도 혁신 등으로 내부 긴장감이 유지돼야 하죠. 지금 당장은 괜찮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물론 웅진처럼 너무 큰 실험을 하는 건 신중을 기해야죠.”

-기업 흥망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도 있을까요?

“경영진의 판단과 통찰력 외에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정치논리가 중요한 변수예요. 현재 대선 국면에서 나오는 경제민주화 바람도 기업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겁니다. 가계가 어려워지면 재벌이 속죄양이 되고, 정치권은 이런 대중여론을 수렴하는 것이지요. 다만 정치권이 재벌 분쇄에 매진하는 모습은 걱정스럽습니다. 사회 전반에 ‘힐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중요한 건 ‘리얼리티’입니다. 재벌의 순기능도 염두에 둬야죠. 기업들 입장에서도 과거처럼 경제논리가 올마이티(almighty, 전능한)하면 사회적 피해가 커지고 결국 부메랑이 기업에 온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기업이 흥하려면 경기도 좋아야 할 텐데, 세계 경제가 너무 어렵습니다.

“이번 불황은 오래갑니다. 모든 나라가 빚이 너무 많아 다이어트 과정이 오래갈 겁니다. 장기 불황에 대비한 체제정비가 필요합니다. 경영진부터 긴장감을 갖고 체질 개선과 내부 쇄신을 지속해나가야 합니다. 준비만 잘한다면 불황이 다 나쁜 것은 아니에요.”

공 소장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한 카페에서 방송 인터뷰를 가졌다. PD의 ‘OK’ 사인이 나기 무섭게 등을 돌려 기자를 만났고,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창의문으로 난 길을 총총 걸어 내려갔다.

“100년 기업은 결국 사람 문제인가요?” “그럼요, 그럼요.”

그는 지난 11년간 104권의 책을 쓴 저자이자, 연 300회 이상 특강을 다니는 강연자이며, ‘자기경영아카데미’를 운영하는 CEO 강사다. ‘지식산업의 1인 사업가’라는 이색 직업의 지속 가능성을 스스로 실험해가는 중이다.

<양춘병 기자>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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