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비용 증가 ‘특허세’ 만들어냈다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글로벌 IT 기업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특허소송을 진행하는 애플이 이미 10년 전부터 특허전쟁 단계를 밟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무려 4000개 이상의 특허를 확보하며 경쟁 제품을 압박해온 가운데, 경쟁사들은 이에 따라 연구개발 비용이 2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익명의 임원 말을 인용해 아이폰이 완성됐을 당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우리는 아이폰 관련 모든 것으로 특허로 따낸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또 2006년까지 애플에서 법무 담당자로 재직했던 낸시 하이넨은 “애플 직원 누군가 어떤 기능이나 기술을 상상하면 우리는 반드시 이를 특허신청을 해야 했다”며 “심지어 이를 실제로 만들지 않았는데도 방어적 도구로 특허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애플 엔지니어들은 매달 개발 발표 세션에 참여해 강도 높은 특허업무를 진행했다. 전 애플 변호사는 “특허로 승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알면서도 무조건 특허신청을 했다”며 “실패할 경우 경쟁사가 유사한 아이디어로 특허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저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애플의 이 같은 무차별적인 특허신청 전략은 스마트폰을 개발하기보다 앞선 이미 10년전부터 진행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애플은 컴퓨터, MP3, 스마트폰 등 어떤 기기를 막론하고 사소한 내용이라도 특허신청을 해 10년 동안 4100개의 특허를 취득했다.
특히 2007년 미 특허청으로부터 기존 아이디어의 ‘뻔한 변형(obvious variation)’이라는 이유로 음성과 문자기반 검색엔진 특허가 승인받지 못하자 애플은 5년 간 미미한 수정을 9번 거듭해 10번째 신청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애플은 현재 이 특허로 소송에 주요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이 오래 전부터 특허전략을 준비한 이유가 경쟁 제품을 저지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의 궁극적 목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삼성전자, HTC 등이 주요 공격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경쟁사들의 연구개발(R&D) 비용이 20%나 증가하는 특허세가 발생하고 신생 IT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 기술적 혁신을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스탠퍼드 대학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업계에서 지난 2년간 특허소송 관련 발생한 비용은 2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는 화성 탐사선을 8차례나 쏘아 올릴 수 있는 돈이다. 특히 애플과 구글은 지난해 연구개발 예산보다 특허 소송이나 매입에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이를 두고 특허 전문가들은 최근 20년간 디지털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소프트웨어 특허가 ‘파괴적인 무기’로 악용되면서 새 아이디어 시장이 크게 오염되는 부작용을 동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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