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상 남편에 얄미운 시누이
카멜레온 시어머니에 숨죽인 12년
이혼한 날 남편과 영혼 바뀌는
전업주부의 기상천외한 스토리

황당 설정불구 뛰어난 극적 재미
대한민국 남성들에 시원한 일침


주부가 시집살이는 힘들고 남편이 미한함을 느끼기는커녕 젊은 여자와 바람까지 났다면? 선택은 간단하다. 참고 살던가 아니면 쿨하게 이혼하면 된다. 하지만 KBS 월화극 ‘울랄라부부’는 아예 월하노인(변희봉 분)으로 하여금 아내와 남편의 영혼을 바꿔 버려 삶을 서로 바꿔 살아 보게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발상은 너무 황당하다며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울랄라부부’는 현실적 리얼리티가 떨어질지는 몰라도 극적 리얼리티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내의 삶을 살아야 하는 남편과, 남편의 삶을 살아야 하는 아내의 ‘영혼 체인지’ 라이프가 기대된다.

영혼 체인지라는 황당한 설정을 했지만 오히려 보여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게 되는 등 가벼운 해프닝부터 기상천외한 이야기까지 가능해진다. 그래서 드라마의 장르가 멜로인지, 코미디인지, 액션인지, 호러 스릴러인지 구분하기조차 힘들어진다.

최순식 작가는 전작인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40대 왈가닥 주부 순애가 항공사 기장인 남편 일석과 불륜 관계인 20대 스튜어디스 초은과 영혼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바 있다. 여성 작가보다 더 섬세하다는 평가를 받는 최순식 작가의 ‘영혼 체인지’기법은 ‘울랄라부부’에 이르러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여기에 여성 연기에 특히 강한 신현준과 다리를 벌리고 앉는 김정은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힘입어 몰입감도 높여 주고 있다. 

‘울랄라부부’는 전생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가 부부로 환생했지만, 이혼하게 된 한 부부가 영혼이 뒤바뀌며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의외의 재미를 주고 있다.

전업주부 나여옥(김정은 분)은 가부장적인 밉상남편 고수남(신현준 분)에 21세기 카멜레온 시어머니, 말리는 게 더 얄미운 시누이, ‘시월드 쓰리 콤보’에도 12년간 참고 살았다. 남편이 직장인 호텔 여직원과 바람이 나 이혼도장을 찍고 나오는 날 서로 영혼이 뒤바뀐다.

김정은은 분가를 위해 준비해 두었던 아파트로 향하다 이 아파트에서 남편의 불륜현장을 목격하고 천식이 도져 혼절하다시피하며 가까스로 ‘멘탈 붕괴’ 상태를 수습했다. 남편인 신현준은 자고 난 이불을 정리하라는 여옥의 말에 “당신도 그곳에서 잤잖아. 이건 어디까지나 집안일이야. 집안일은 안주인, 남편은 바깥주인”이라며 얄밉게 몸만 빠져나가는 반면 부부싸움 후 호텔로 피신 온 한여사에게는 “부부는 이불만 같이 덮는 게 아니라 ,서로 허물도 덮어주고 상처도 덮어주며 사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등 철저한 이중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한몸에 받았다. 김정은에게는 연민을 느끼게 하고 밉상 신현준은 주부들의 미움을 사게 했다.

부부가 서로 바꿔 살다 보면 갖가지 해프닝이 발생해 재미를 준다, 가령, 8일 방송된 3회에서 김정은의 첫사랑으로 한재석(장현우 분)이 나오는데, 김정은은 신현준과 보디 체인지가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한재석에게 사랑을 느끼는 인물은 나여옥의 영혼을 지닌 고수남, 즉 신현준이다. 신현준이 한재석과 러브라인을 형성하게 돼 이들의 코믹멜로는 벌써 웃음을 주고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부부가 서로 바꿔 살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는 결혼에 대한 수수께끼도 조금은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임을 알 수 있다. 시청자들에게 가족, 부부간의 사랑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끔 할 것이다.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이 드라마는 남자들이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조강지처 눈에서 피눈물을 나게 한 밉상남편 신현준은 전 재산을 빼앗기고 이혼을 당했다. 아직은 한국남자들이 잘못한 게 훨씬 더 많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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