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측근·지도부 퇴진 쇄신론에
당지도부, 사퇴거부 수습책 고심

金위원장 “경제민주화 의지 없다”
대선공약 뒷전 밀리자 비판 화살


대선을 70여일 앞두고 야권과 치열하게 싸워야 할 새누리당이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모양새다. 추석 이후 대선 위기감이 증폭되자 일각에선 “박근혜 후보만 빼고 다 바꾸자”는 쇄신론을 제기하고 있는 반면, 당 지도부는 “외부에서 보면 좋을 게 없다”며 사퇴를 거부한 채 수습책을 고심 중이다. ‘경제민주화의 추진이 대선승리의 지름길’이라고 믿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쇄신론에 경제민주화 논의가 가려지자 “이대로는 일할 수 없다”고 초강수를 뒀다.

5일 새누리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당 지도부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당내 혼란을 수습하는 데 안간힘을 쏟았다. 황우여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 게(지도부 총사퇴) 가능한가. 그 분들의 충정, 본뜻을 수용을 해서 잘 녹여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병수 사무총장도 “지금은 모두가 화합하고 단합해 선거를 치러야 하며, (당 지도부는) 맡은 바 일을 제대로 하면서 당을 추스려 나가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도 전날 의총에서 “자꾸 대책 없이 (지도부 사퇴) 말하면 밖에서 이용하기만 좋아진다”고 대안 없는 퇴진론에 반기를 들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박 후보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전날 “내일모레가 선거이기 때문에 힘을 모아서 선거를 치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가 당내에서 분출되고 있는 위기감을 포함해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스타일상 측근을 모두 교체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의 이 같은 사태 수습에도 불구하고 친박 측근 및 지도부 퇴진과 전면 쇄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들끓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최강전력으로 선거 담당자를 꾸려야 한다”며 “국민에게 이런 사람들이 집권해 꾸려나가겠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새 인물을 대거 영입하고, 나머지 분은 좀 뒤로 물러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중앙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이대로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며 “선대위 재구성을 비롯해 후보에게 전권을 백지위임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당내 자중지란에 대선공약이 뒷전으로 밀리자 ‘박근혜표 경제민주화’를 이끌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은 새누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어제 의총이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 뭘 갖고 선거에 임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식으론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통합위원회가 어쩌고 하는데 통합이 관심사가 된 원인은 경제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를 강력하게 하지 않고 국민통합이 될 거 같으냐”면서 “원인 치유도 안 하고 적당히 화장하고 국민을 속이려 한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불만이 폭발하자 황 대표는 “경제민주화는 확실히 추진할 것이다. 후보의 의지도 그렇고 새누리당이 국민행복을 전제로 할 때 아주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는 게 경제민주화”라며 뒷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조민선ㆍ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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