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 holic ② 북촌 한옥스테이
인근 인사동엔 전통문화 볼거리…보자기·자수 등 체험수업도 다양게스트하우스 90%가 日관광객…“TV 없는 조용한 한옥서 힐링을”
그 많은 외국 관광객, 다 어디서 머무를까.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1월 18일께 올해 1000만번째 외국 관광객이 입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아쉽게 달성하지 못한 ‘외래관광객 1000만 시대’가 드디어 열리는 것. 문득 궁금해지는 건 이들은 다 어디로 갈까. 명동 거리를 가득 메운 일본, 중국 관광객들에게 숨은 명소, 알짜 숙박시설은 의외로 도심 속에 있었다. 바로 북촌 한옥게스트하우스.
관광업계에서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열 명 중 한 명이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거나 뮤지컬, 넌버벌 퍼포먼스, K-팝 콘서트 등 공연을 관람하는 ‘한류 관광객’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 대부분은 한류와 상관없이 ‘한국’을 찾는다. 그리고 90% 관광객이 집중하는 것은 한국의 전통적인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이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북촌이다.
▶일본 관광객들 “욘사마만큼 한옥도 좋아”=서울 종로구 북촌 일대는 1200여동의 한옥이 밀집해 있다. 관광명소인 경복궁ㆍ창덕궁 등 고궁과 함께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이 가까워 관광객들이 선호할 만하다. 그러다 보니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식 게스트하우스도 30여 곳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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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중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옥에서 숙박하면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코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특히 북촌은 처음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보다는 여러 번 한국을 오고간 ‘한국통’들에게 더욱 인기가 높다. 따라서 한국 관광 제1 시장인 일본으로부터의 방문자가 가장 많은 편.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북촌 일대의 한옥을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일본인으로 알고 있다”며 “투어코스로 구경이나 체험만 하고 가거나, 1박 이상 머무르는 사람들 중 90% 이상이 일본 관광객”이라고 말했다.
관광지로 부상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주민들이 거주해온 북촌 한옥마을은 대부분 30~40년 전 처음 지어질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고풍스러운 정취가 흐른다.
북촌 한옥 숙박시설 중 하나인 가인게스트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북촌 일대 게스트하우스는 안국역에서 북촌로를 따라 10~15분 이상씩 경사진 길을 걸어야 찾아올 수 있지만 최근 1~2년 사이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전한다.
가인게스트하우스는 1939년 지어진 한옥 건물로, 보ㆍ기둥ㆍ바닥 등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고 부엌과 화장실 등만 편리하게 개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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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공방 가교에서 수업을 받는 일본인 관광객 |
이 관계자는 “호텔에 비해 난방도 약하고 텔레비전도 없어서 불편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숙박객들은 한국의 전통가옥과 문화를 체험하는 것에 크게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한국을 4~5회 이상 방문한다는 하나오 미치코(56ㆍ일본) 씨는 “지인들 중에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좋아해서, 또는 ‘욘사마’ 등 한국 스타들을 보러 한국 여행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대부분은 쇼핑이나 한류 콘텐츠보다는 먹거리, 공예 등 보다 한국 토속적인 것을 찾는 편”이라고 전했다.
▶갤러리ㆍ공방ㆍ인사동까지…전통체험 코스 베이스캠프=북촌이 관광지로 급부상한 데는 단순히 한옥이 밀집해서만은 아니다. 한옥에 머무르는 관광객들 대부분은 전통문화 체험을 선호하는데, 근거리에 갤러리뿐만 아니라 자수, 옻칠, 천연염색, 한복, 장신구, 바느질 등을 직접 배우고 작업할 수 있는 공방이 즐비하다. 또 안국역 건너편으로는 인사동길이 펼쳐져 전통문화 볼거리가 풀코스로 펼쳐지는 셈. 특히 한옥 게스트하우스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 관광객들은 보자기나 자수 등 전통체험 수업에 자주 참여한다.
북촌로5길 인근에 위치한 보자기 공방 가교에서는 2시간짜리 1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1주일씩 머물면서 3~4회 수업을 받고 가는 관광객들이 꾸준하다. 30~50대 일본 여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교의 한 관계자는 “2~3시간 수업이면 두 가지 종류의 바느질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며 “한번 수업만 받고도 흥미가 생겨서 다음 번 여행에 다시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옥 스테이와 공방 체험을 한국 관광의 주 목적으로 삼는 하나오 씨도 가교의 단골손님이다. 그는 “공방 수업이 없는 날, 낮에는 고궁과 광장시장, 백화점 등을 돌아보고 저녁에는 한옥에서 조용히 바느질을 하곤 하는데, 일본에 돌아갈 때는 예쁜 보자기 2~3장을 완성하게 된다”며 “텔레비전도 없는 조용한 한옥에서 바느질에 집중하고 있으면 그게 정말 ‘힐링’이란 생각이 든다”고 전통문화 체험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공방까지 안 가더라도 김치 담그기와 막걸리 마시기, 한복 입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많아서 숙박과 체험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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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의 장독대를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
▶내국인에게도 ‘도심 속 휴식처’…일반 주민 ‘소음’ 불만 목소리도=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북촌 한옥마을이 ‘아는 사람만 오는’ 숨은 명소에서 한국 전통문화 체험의 베이스캠프가 된 데에는 숙박시설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한국관광공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종로구의 정책적 지원이 밑받침됐다.
하지만 숙박업을 하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와 일반 시민이 거주하는 한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서로간에 오해와 다툼도 많았다고.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1박2일’ 등 TV 프로그램들을 통해 최근 내국인들도 도심 속 휴식처로 북촌한옥마을을 많이 찾는다”며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 마을 일대가 소란스러워져서 숙박시설이 아닌 일반 거주 주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고 전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