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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우커 모셔라…서울 백화점은 ‘남북전쟁’ 중
10월 국경절 맞아 中 관광객 서울로…서울로…
‘쇼핑메카’ 명동 품은 강북권 백화점 특별할인 전략으로 선점효과 주도
“고급스럽다” 입소문…강남권 백화점은 中 VIP고객 맞춤전략으로 추격


중국인 관광객, 일명 ‘요우커(遊客)’가 서울의 한강을 사이에 둔 유통업계에 ‘남북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국경절(10월 1일~7일)기간 동안 한국을 찾은 ‘요우커’가 막대한 양의 실탄(현금ㆍ2억달러로 추산)을 뿌리며 쇼핑을 하기 때문에 이들을 잡기 위해 강북ㆍ강남권 백화점 간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요우커’의 동선은 명동 상권에 한정돼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강남의 압구정동 라인으로 영역이 확대됐다”고 했다. 가두점과 면세점 쇼핑이 가능한 전통의 강북과 프리미엄 이미지에 헬스케어 관광까지 접할 수 있는 강남 상권의 맞대결은 해를 거듭할 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명불허전 ‘쇼핑 메카’ 명동=지난 4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롯데백화점은 한 눈에 둘러봐도 내방객의 절반은 관광객일 정도였다. 매대에 서 있는 직원과 농담을 주고받는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외국 방문시 느낄 법한 불편함이나 어색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화장품 ‘라네즈’ 매장에는 상담을 받고 있는 5명의 손님 중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명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쇼핑의 거리, 명동의 편의성에 대해 극찬했다. 중저가 화장품부터 명품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명동 거리에는 중저가 화장품과 브랜드 의류, 신발 매장 등이 즐비하다. 이것으로 아쉽다면 얼마든지 길 하나를 건너 면세점과 백화점에서 명품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명동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도 관광의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롯데백화점에서 통역요원에게 매장을 물어보던 리아이밍(26ㆍ여)씨는 “백화점에서 할인을 많이 한다고 해서 왔다”라며 “한국에 온 건 두 번째인데, 명동은 볼 것이 많아 꼭 들르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명동은 각종 편의와 유명세 때문에 특히 단체관광에서는 필수코스다. 롯데백화점 앞 거리는 어느 새 20여명의 관광객들을 이끄는 가이드의 설명 장소로 자리잡았다. 명동의 가두점과 백화점을 오가면서 쇼핑을 하고 식사와 마사지로 끝을 맺는 게 전형적인 단체관광으로 꼽힌다.
 
중국 국경절(10월 1일~7일)은 한국 백화점 업계엔 둘도 없는 대목이 됐다. 일주일 동안 10만명의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가 2억달러를 쓰고 갈 것으로 추산된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ㆍ강남권 백화점들이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는 이유다. 최근 현대백화점을 찾은 여성들이 의류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강북권 백화점을 대표하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선 중국인 커플이 한국 전통 공예품에 대해 통역 서비스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롯데ㆍ현대백화점]

▶돈 있는 요우커, 3~5명씩 강남을 찾다=요우커에게도 강남은 ‘고급스럽다’는 인식이 박혀 있었다. 중국 현지에서 입소문을 통해 ‘한국을 최신 유행을 경험하려면 강남으로 가라’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현대백화점에서 만난 리칭(李淸ㆍ30ㆍ교사)씨와 펑스웨이(馮師爲ㆍ30ㆍ회사원)씨도 “친구들이 강남으로 가라고 해서 왔다”며 “명품이 많아서 좋다”고 했다. 압구정동 갤러리아에서 만난 중국인 옌스(淵石ㆍ36ㆍ사업가)씨와 리빈(李賓ㆍ35ㆍ사업가)씨는 “강남은 쇼핑객이 붐비지 않고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았다.

갤러리아백화점의 한 통역도우미는 “이쪽(강남)을 찾는 중국인들은 단체 관광이 아닌 3~5명씩 소규모로 다닌다”며 “인근 고급 호텔이나 세븐럭카지노 등에 머무는 ‘큰 손’들이 온다”고 전했다. 강남을 찾는 중국인의 구매단가는 강북권보다 두배 이상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번 쇼핑으로 1000만~2000만원어치씩 사가는 걸로 알려졌다. 

강남 상권의 강점으로는 헬스케어 관광이 가능하다는 점도 꼽힌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서울 소재 의료기관의 19% 가량이 강남에 집중돼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엔 성형외과, 피부과, 종합병원이 몰려 있어 건강검진이나 각종 시술을 받으려는 ‘요우커’가 많다”며 “반창고를 붙이고 쇼핑하는 ‘열혈 요우커’도 있다”고 말했다.

▶‘요우커 온리(Only)’ 특별할인 전략=‘요우커’ 를 상대로 한 패권은 아직까지 강북상권이 쥐고 있다.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으로 추산한 외국인 매출은 롯데백화점 본점이 890억원(중국인 매출 440억원 추산), 신세계 본점이 700억원이다. 강남의 현대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400억원 상당이다. 그러나 판세가 어떻게 바뀔지 두고 봐야 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지난해 중국인 매출이 전년대비 280% 신장하는 등 강남상권의 추격속도가 매섭기 때문이다. 갤러리아 명품관의 귀금속과 시계코너에서도 올 상반기 중국이 매출이 작년보다 270% 가량 늘었다.

자연히 강북과 강남간 경쟁은 격화할 수 밖에 없다. 강북권 백화점은 중국인만을 대상으로 할 추가할인행사를 진행한다. 강남권은 중국인 VIP고객을 노리고 파격적인 상품권 제공 행사를 벌이고 있다. 

홍성원ㆍ도현정ㆍ윤현종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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