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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 떠나온 후에야…소중함을 알았네
연극 ‘거기’ ‘아워타운’ 생사의 문앞에서 깨닫는 떠나온 삶의 ‘진정한 가치’ …시공 뛰어넘는 정제되지 않은 진지함엔 긴여운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삶. 진정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본 적 있을까. 자신의 삶이 어떤 삶인지, 일상을 떠나고서야 진정 그 가치를 알게 된다.

소소한 일상을 작품 속에 그대로 담은 연극 ‘거기’와 우리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연극 ‘아워 타운’. 도시와 멀리 떨어진 강원도의 부채끝 마을과 미국 뉴햄프셔 주 그로버그코너즈 두 시골마을에서 생기는 인생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순간에 잔잔한 여운을 객석에 전한다.

▶부채끝 마을속 삶과 죽음에 대한 우리 이야기…

강원도 가상의 시골마을 부채끝 마을을 배경으로 한 연극 ‘거기’는 원래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코너 맥퍼슨(Conor McPherson)이 쓴 ‘둑(The Weir)’이 원작이다. 아일랜드 작은 시골마을의 한 술집(Pub)을 강원도로 옮겨와 한국인의 정서를 재밌고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동해안 북쪽에 부채끝처럼 생긴 마을이라 이름이 부채끝 마을. 이곳 출신 장우, 춘발, 진수, 병도 네 사람은 모두 노총각이다. 젊은 여성 한 명 보기 힘든 이곳에 서울에서 젊은 여인 김정이 이사를 오게 되고 병도의 술집 겸 카페에 모인 다섯 사람은 각자 자신만이 가진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룻밤 동안 이야기한다.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코너 맥퍼슨의 둑을 한국 버전으로 옮긴 연극‘거기’는 우리 삶의 소중함과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객석에 전한다.                              [사진제공=이다엔터테인먼트]

어머니에 대한 진수의 지극한 효심, 동네 처녀와 결혼에 골인하지 못한 장우, 춘발이 말하는 동네 귀신 이야기 등은 소소한 우리의 삶이다. 크게 바뀔 것도 없는 지루한 일상은 김정이 이사 오는 것과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삶이다.

지친 일상을 위로받기 위해 김정은 서울을 떠나 이 시골마을을 찾아왔다. 딸의 죽음에 관한 잠깐의 고백은 그런 그의 지친 마음을 달래는 고백이다.

영화, 드라마, 연극 등에서 활약한 배우들이 맛깔스런 연기를 보여준다. 장우 역엔 강신일 김승욱 김중기가, 춘발 역엔 이대연 민복기 이성민이 각각 트리플 캐스팅됐다. 정석용 오용 송재룡이 진수, 진선규와 김훈만이 병도 역할이다. 여인 김정은 김소진과 오유진이 맡았다.

장우가 묵직하게 극을 이끌어간다면 진수의 감초 같은 슬랩스틱 연기와 개그는 진지함을 유머로 바꾼다. 병도 역을 맡은 진선규는 연극 ‘칠수와 만수’에 이어 또 시골 청년 역할을 잘 소화했다.
 
연극 ‘아워타운의 한 장면. 1막 마을사람들의 어설픈 합주 모습.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간혹 알아듣기 힘든 강원도 사투리가 등장하지만 극의 현실성을 더하기 위한 장치론 손색이 없다. 극중 배우들은 실제 병맥주를 마시며 연기를 한다.

연극 ‘거기’는 극단 차이무와 이다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진행하는 ‘이것이 차이다’ 시리즈 올해 두 번째 작품으로, 지난 2002년부터 작품의 연출을 맡았던 이상우 극단 차이무 예술감독이 이번에도 연출을 담당했다. 하룻밤 사이 관객과 삶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는 ‘거기’는 다음달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죽어서야 알게 되는 우리 삶의 소중함, 그로버즈코너즈의 30년

“살면서 자기 삶을 제대로 깨닫는 사람이 있을까요. 매순간마다요.” 작품은 긴 시간 이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일상을 보여준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 한 가지, 지금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지 말라는 것이다. 한 가족과 마을의 소소한 삶을 통해 우리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아워타운’은 미국 작가 손턴 와일더(Thornton Wilder)의 작품으로 1938년 미국 프린스턴 맥카터 극장에서 초연됐다. 토니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우리나라엔 1960년대 ‘우리 읍내’로 번안 공연된 것이 처음이다.
 
2막 에밀리와 조지의 결혼 장면.

‘아워타운’엔 두 집안의 결합과 결혼, 삶과 죽음이 모두 담겨 있다. 1901년의 미국 뉴햄프셔 주 그로버그코너즈를 배경으로 하며 깁스 집안과 웹 집안, 에밀리 웹과 조지 깁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연출을 맡은 한태숙 감독은 삶이 죽음을 위한 연습이며 인생은 연습, 죽음이 연습을 완성한다는 개념으로 극을 재구성했다. 1막과 2막은 배우들이 연습하는 모습으로 마을과 깁스, 웹 집안을 그렸으며 정제되지 않고 일부러 서투른 모습으로 그들이 아직 연습 중이란 것을 표현했다. 작품의 의도는 배우들의 서투른 악기 연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작품의 메시지를 전하는 중요한 부분은 3막이지만 1막의 일상과 2막의 에밀리와 조지의 결혼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극 전반을 관조하는 듯한 모습의 무대감독 역은 서이숙이, 3막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일상의 중요한 부분을 깨닫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에밀리는 정운선이 맡았다. 박윤희 박용수 김정영 김용선 김정영 등 여러 배우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죽은 에밀리와 비석 앞의 조지.

전 세계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된다는 연극 ‘아워타운’은 대학 등 아마추어 극단들도 많이 공연하는 작품이다. 서이숙 배우는 “연극 시작하는 사람은 다 접하는 작품”이라며 “철학적인 언어는 감명을 주지만 극으로 만들기는 어려운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하면 용서가 되지만 프로가 하려니 쉽지가 않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일부는 1막과 2막의 전개에 대해선 신선하다는 반응을, 3막의 경우 약간 아쉬워하는 부분도 있다. 죽은 에밀리가 이승에 내려와서 삶에 대해 깨닫기까지 뭔가 조금 부족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칫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점을 보완했다는 평도 있다.

잠시나마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연극 ‘아워타운’은 오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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