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은 ‘괴물’보다 빠른 최고 관객 동원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영화 흥행공식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도둑들’은 무겁지 않은 가벼운 팝콘무비로, 영화에 흥행에 있어서 재미라는 요소로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최근 거대 투자배급사의 상영날짜 앞당기기와 스크린 점령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크린 수가 많이 확보될수록 영화 흥행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클 수 밖에 없다.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가 50만 관객을 돌파 기념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한편 거대 상업영화의 스크린 독점과 작은 영화의 극장 교차 상영 문제에 관한 쓴소리를 한 바 있다.
그는 “다양한 영화에 기회를 주기 위해 10월 3일 부터 극장에서 ‘피에타’의 상영을 일제히 마감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의도는 좋았지만, 추석 연휴와 징검다리 휴일을 모두 챙겼다는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회와 시기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 세 가지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춘 영화로는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있다.
연휴가 가져다주는 관객 수는 무시할 수 없는 매력적인 부분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 이하 광해)의 경우 추석이 시작된 지난달 9월 29일 부터 10월 2일까지 단 4일 만에 25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와 같이 광해는 개봉 20일 만에 665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도둑들’ 이후 한국영화의 또 다른 흥행 기록을 남길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광해’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을 대신해 가짜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과 그 주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면서도 의미있게 그린 작품으로 실록에서 사라진 15일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이병헌은 데뷔 이래 첫 사극인 이 영화에서 천민 하선과 ‘살벌한 카리스마’의 광해로 1인 2역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류승룡, 김인권, 한효주, 심은경, 장광 등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배우들의 호연 역시 돋보인다는 평가다.
이 영화는 눈 앞으로 다가온 대선 기간과도 연관지어지며, 작품 내에서 말하는 진정한 군주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도둑들’의 흥행 기록 경신에 이어 외화들의 공세에도 굳건하게 흥행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광해’가 세울 또 다른 기록에 팬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정원 이슈팀 기자 / chojw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