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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가정신/두산편>맥주ㆍ콜라 버리고 중공업ㆍ기계로 업종 변신 ‘대성공’
 한발 앞선 구조조정…소비재→종합 중공업 그룹으로 도약
13년만에 그룹 매출 9배↑…“2020년 세계 200대 기업 목표”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다.” 1990년대 외환 위기를 전후해 두산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박용성 당시 회장의 이른바 ‘걸레론’이다. 요체는 알짜 기업을 남기고 부실기업만 팔려고 하면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 이 신조어에서 볼 수 있듯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은 관련 학계 안팎에서 국내 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효율적으로 수행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덕분에 두산의 구조조정은 국내 다른 기업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됐다.

창업 100년을 맞는 1990년대 중반, 두산은 ‘소리없이 강한’ 변신을 시작했다. 소비재 사업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경영진은 그룹의 체질을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바꿨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과감한 변신이 새로운 성공 신화를 낳은 것이다.

1995년 두산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다. 소비재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두산은 신속하게 행동했다. 우선 주요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해 현금 확보에 주력했다. 계열사 223곳도 4곳( ㈜두산, 두산건설, 두산포장, 오리콤)으로 통합했다. 1996년 한국네슬레, 한국쓰리엠, 한국코닥 지분과 OB맥주 영등포 공장을, 1997년 코카콜라로 대표되는 음료 사업을, 1998년 주력사업인 OB맥주와 서울 을지로 그룹 사옥을 팔았다. 

두산중공업 원자력 공장

이 같은 구조조정으로 넉넉한 현금을 확보한 두산은 1997년 외환위기로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쓰러질 때에도 오히려 신성장 동력을 찾는데 주력할 수 있었다.

풍부한 ‘실탄’을 바탕으로 두산은 2000년대부터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섰다. 새로 눈을 돌린 사업은 인프라 지원사업(ISBㆍ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

ISB 사업은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기존 사회간접자본(SOCㆍSocial Overhead Capital) 뿐만 아니라 에너지, 국방, 생산설비, 물류와 운송설비까지 망라, 세계 시장 규모가 연간 수천조원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출발은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였다. 2000년 매출액 2조4000억원에 순손실 248억원으로 적자였던 두산중공업은 2009년 매출액 8조1230억원, 영업이익 6145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하며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다. 100년동안 축적한 두산 경영능력의 개가였다.

두산중공업 터빈공장

두산중공업은 산업의 기초소재인 주단조에서부터 원자력, 화력 등 발전설비, 해수 담수화, 수처리 플랜트, 운반설비, 환경설비에 이르기까지 각종 산업설비를 제작해 국내외 플랜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또 도로, 항만, 공항, 전철 등 각종 SOC 사업과 플랜트 건설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중동, 인도, 동남아시아 등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ㆍ신흥시장)에서 대규모 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으며, 다단증발법, 다단효용증발법, 역삼투압법 방식의 해수담수화 원천기술을 모두 보유한 해수담수화 분야 세계 1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두산중공업 인수로 자신감을 얻은 두산은 고려산업개발(2003년ㆍ현 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2005년ㆍ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대표적인 중공업 그룹으로 도약했다. 

두산중공업 원자력 공장

이 중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 최대 기계회사로 성장, 인천ㆍ창원ㆍ군산공장 등 대규모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건설기계, 공작기계, 엔진 등 모든 사업 분야에서 독보적 위상을 갖고 있다. 현재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창출되고, 임직원의 60% 이상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글로벌 회사다.

국내 굴지의 중공업 그룹으로 자리를 잡은 두산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담수설비(두산하이드로테크놀러지),발전소 보일러(두산밥콕),친환경 엔진(미국 CTI사), 소형 건설장비(밥캣) 등 원천기술을 확보한 외국 회사들도 잇달아 품에 안았다.

두산의 ‘대변신’은 성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1998년 3조3000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26조3000억원을 가파르게 올랐다. 두산은 올해도 지난해 대비 11% 성장한 매출액 29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29% 늘어난 2조2000억 원을 달성할 계획이다.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글로벌 200대 기업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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