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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되는 한글 얘기 들여다보니…IT산업의 자원 역할 톡톡, 국부유출까지 막아
[헤럴드경제= 서지혜ㆍ원호연 기자]“카카오톡에서 하루에 3억 통 가량의 메시지가 교환된다고 하는데 이 때 절감되는 시간적 효과까지 포함한다면 한글의 경제적 가치는 비용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스마트폰 개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확산 등 모바일이 가속화되는 스마트 시대에 한글의 위상은 더욱 올라가고 있다. 한글은 그 어느 문자보다도 투입 대비 생산의 효율성이 뛰어나 스마트 환경에서 우수한 텍스트 자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글의 이런 경쟁력은 글로벌 IT기업들에 널리 알려져 한글을 자사의 비즈니스로 활용하려고 시도했던 기업까지 나타났다. 과학적으로 완벽한 글자란 평가를 받는 한글은 어떻게 산업ㆍ경제적 측면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는 자산이 됐을까. 한글을 갖고 각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기업으로부터 그 배경을 들어봤다.

“작게 만들어서 크게 쓸 수 있다는 게 한글의 최대 장점이죠.”

정희성(66) 선문대 전 부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3개의 모음(ㅣ,ㅡ,ㆍ)으로 20개가 넘는 자음, 모음을 모두 만들 수 있는 한글의 특징 때문에 자판 개발 시 일본어보다 28배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스마트폰용 키패드를 개발하는 네오패드 대표로 있는 그는 한글과 일본어 키패드는 물론 1994년 ’남북 통일안 키보드(PC용)’를 개발할 정도로 이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일본어와 중국어의 경우 한자를 표기하기 위해서 알파벳으로 먼저 입력해야 하고 ’자동변환방식’을 이용해 다시 이를 한자로 변환해야 한다”며 “이 때 들어가는 기술과 비용이 상당하다”고 했다.

예컨대 그가 개발한 일본어 키패드의 경우 약 2만8000원(1500엔)에 다운받을 수 있지만 한국어의 경우 980원밖에 들지 않는다. 자동변환기술과 방대한 양의 한자 사전을 탑재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이용료가 비싸지는 것. 이는 중국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알파벳을 문자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에서 자동변환방식 없이 컴퓨터 자판 안에 자국어 문자를 모두 구현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한글이 유일하다. 한글이 표음문자인 것도 주요한 이유지만,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 낱말과 문장을 형성하는 방식은 알파벳보다도 직관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한글의 장점에 힘입어 하늘, 땅, 사람을 의미하는 한글 키패드 ‘천지인’이 탄생했다. 세 개의 기본 모음(ㅣ,ㅡ,ㆍ)에 나머지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 키패드의 숫자를 줄일 수 있어 역시 효율적이다.

삼성의 ‘천지인 한글’은 기본 자음과 모음에 획과 쌍자음 단추만 추가하면 모든 글자를 빠르게 조합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언어는 각 문자 하나하나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글을 표현하기 때문에 모든 문자를 스마트폰 키패드에 표현해야 한다.

한글을 이용한 대표적인 기업은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다. 한컴은 한글이 아직 컴퓨터에서 보편적으로 구현되지 못했던 1998년 ‘아래아 한글1.0’을 선보였다. 당시 ‘아래아한글’은 조합형 문자코드를 사용해 컴퓨터에서 한글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워드프로세서였다.

조합형 문자코드는 한글 창제원리 그대로 각각의 자모를 조합해 하나의 글자를 만드는 방법으로 모든 경우의 수의 글자를 표현할 수 있다. 반면 완성형 문자코드는 미리 입력이 되어 있는 2350자 외의 글자는 구현할 수 없었다.

‘아래아한글’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글도 컴퓨터상에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국내 컴퓨터 사용자들의 90% 이상이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아래아한글’을 선택했다.

1998년 외환위기 시절 한컴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 위기에 처하자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인수를 위한 투자를 제안했다. 하지만 한글학회를 비롯한 15개 사회단체가 ‘한글지키기 국민운동본부’를 세우고 국민 모금에 나서 회사가 살아나기도 했다.

2010년 말 기준, ‘아래아한글’이 포함된 ‘한컴 오피스’ 국내에서 약 18%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미래IT강국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MS오피스가 미국 내 가격으로 국내시장을 독점할 경우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외화 유출액은 연간 총 3739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아래아한글’과 ‘한컴 오피스’가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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