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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라카미 하루키, 독도분쟁 “싸구려 술에 취한 난폭한 행동”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독도, 센카쿠 열도 분쟁을 향한 열광은 싸구려 술에 취한 난폭한 행동입니다.”

일본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ㆍ63)가 극에 달한 한ㆍ중ㆍ일 영토 갈등이 빚어낸 참담한 현실에 안타까운 심경을 절절히 토해냈다. 일본과 중국을 둘러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한국과 일본의 독도분쟁으로 빚어진 삼국의 갈등에 대한 얘기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28일 아사히 신문에 동아시아 지역의 영토갈등이 문화교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내용을 담은 에세이를 보냈다. 이 글에서 하루키는 “영토갈등을 둘러싼 광적인 반응은 취기 오른 행동을 닮았다”면서 동아시아 국가 간의 지난한 싸움에 우려를 드러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에세이를 보낸 데에는 최근 중국에서 추진된 일본 관련 도서 출판 규제가 알려지면서다.

일본정부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로 중일관계가 악화일로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베이징시 당국은 일본인 작가의 작품 등 일본 관계 도서 출판의 규제를 지시했다. 이에 베이징 시내 대형 서점에서는 일본과 관계된 모든 서적이 자취를 감출 위기에 처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에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분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많은 서점에서 일본인 저자의 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보도를 잡하고 일본인 저자의 한 사람으로서 적지 않은 충격을 느꼈다”는 고백으로 에세이를 열었다. 물론 하루키는 그것이 중국 정부가 주도한 ‘조직적인 배척’인지 서점 측의 ‘자발적 인양’인지에 대한 내용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한 사람의 작가로서 가지는 안타까움과 자성의 목소리를 동시에 높였다.

특히 동아시아 삼국인 한국 중국 일본이 ‘고유의 문화권’을 가지며 국경을 넘어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영토 갈등으로 인해 그간 일궈온 문화교류에 타격이 입게 될 것에 대한 ‘문학인으로서의 통감’이 하루키의 에세이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하루키는 “문화의 등가교환은 ‘국경을 넘어 영혼이 오가는 길’이다. 지난 20년간 동아시아 문화권은 한류열풍 등을 통해 풍부하고 안정된 시장으로 성숙한 길에 접어들었다”고 적었다. 이는 과연 ‘놀라운 성과’였고, 이 같은 성과를 내기위해 수많은 문화인들이 오랜 세월을 달려왔다는 것이 하루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 간의 “센카쿠 열도, 독도 문제가 빚어낸 갈등이 이 같은 충실한 달성을 파괴하고 있는 것 같아 아시아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 사람의 일본인으로서 두렵다”고 말했다.

하루키는 “‘국경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상 ‘불행히도’ 영토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이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슈이며, 실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영토문제가 실무과제임을 넘어 ‘국민감정’의 영역에 발을 디디면 그것은 ‘출구없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아사히 신문 인터넷판 캡처

이에 하루키는 영토분쟁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과격한 반응들은 “값싼 술을 마신 뒤의 취기어린 행동에 가깝다”고 했다. 특히 “술에 취하면 사고가 혼란스러워지고 더 난폭해져 잔인한 행동을 한다. 논리는 단순하고 자기반복적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루가 지나면 물론 취기는 사라지지만 남는 것은 ‘두통’뿐이라면서 하루키는 ‘영토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일본의 정치인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하루키는 특히 “히틀러의 시대에도 잃어버린 영토를 회복하기 위한 정권 기초를 다졌지만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고 있다. 정치인과 논객들은 갈등을 넘어 국민감정을 부추기는 데에 끝나지만 그로 인해 상처를 입는 것은 개별인간”이라는 생각이었다.

중국 서점가에서 일본 관계 서적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그것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하루키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안타깝지만 분명한 것은 어떠한 보복도 하지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복의 결과’는 자기 자신에게 돌아올 뿐이며, 다른 국가의 문화에 대한 “합당한 경의를 잃어서도, 영혼이 오가는 길을 막아서도 안된다”는 역설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뿐 아니라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와 모토시마 히토시 전 나가사키 시장 등 일본의 지식인 800여 명은 28일 오후 국회에서 일본이 한국, 중국 침략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 “일본은 한국과 중국이 가장 약하고 외교적 주장을 펼 수 없는 상황에 독도와 센카쿠를 편입했다. 일본인은 독도가 한국 국민에게 있어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시작이고 상징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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