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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대선후보 3인 ‘가상 TV토론’
Q. 朴후보님 싸이의 말춤 잘 추세요?
A. 심장무게 아세요? 두근두근 네근이죠!

Q. 文후보님 건강은 이상없으시죠?
A. 특전사 나온 식스팩 있는 남자랍니다

Q. 安후보님 모범생이신데 주량은 얼마나
A. 혹시~ 취하는 물같은거 말씀이신가요?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의도 정가도 한층 분주해진 모습입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캠프 참모들은 추석 이후 있을 각종 TV 토론회 준비에 연휴도 사실상 반납한 상태라고 하네요. 특히 이번 대선 후보들이 평소 화려한 언변을 자랑한 편이 아니어서 발음부터 단어, 표정 하나까지 더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정치, 방송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헤럴드경제는 지금까지 각 후보의 발언을 기초로 그들의 화법, 또 정책과 공약,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TV 토론을 가상으로 구성해봤습니다. 각 캠프 관계자들이나 ‘박빠’ ‘문빠’ ‘안빠’급 열혈지지자들은 이의가 있거나 때로는 다소 빈정도 상할 수도 있겠지만, 한가위를 맞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사회자=(어쩌고저쩌고 인사말 생략) 우선 개인적인 신상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박 후보님, 얼마 전 싸이의 ‘말춤’ 추는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요, 춤 잘 추세요?

▶박근혜=(웃으며) 혹시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 무게를 아세요? (청중 조용) 두근두근 합해서 네 근이에요. (청중 어색한 웃음) 춤 출 수 있어요. 많이 생각해보겠습니다.

-사회자=문 후보님, 건강은 이상 없으시죠?

▶문재인=(가슴에 달고 나온 특전사 배지를 가리키며) 특전사 나온 식스팩 있는 남자입니다. 캠프도 용광로입니다. 저는 당 분열을 막기 위해 대승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사회자=안 후보님은 모범생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량은 어떠신지요?

▶안철수=(들릴 듯 말 듯) 뭐가 술이죠? 혹 그 마시면 취하는 물 같은 거 말씀이신가요? 제가 마셔본 지가 한 15년 전인 것 같네요. 담배는 안 피웁니다.

-본격적인 정책 질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안 후보님, 최근 정부가 0~2세 전면 무상보육 폐기를 선언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안철수=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착잡한 심정이 듭니다. 복지가 현실로 되기 위해서는 재정이나 조세까지 통합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사회자=그럼 당장 내년부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철수=단순히 취약계층 지원이나 사회보험 확대만을 볼 것이 아니라 생산성, 소득 분배, 실업, 인플레이션 등 우리 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까지도 다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융합의 시대니까요. (시계를 보며) 허허, 시간이 다 됐네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설명할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사회자=문 후보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시는 건가요?

▶문재인=참여정부는 총체적으로 보면 성공한 정부죠. 참여정부가 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실패한 정부라고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주변 참모들 얼굴이 굳어지자 다소 풀 죽은 목소리로) 다만, 양극화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응하지 못해 민심을 얻지 못한 것은 반성하고 있습니다.

-도롱뇽 천성산 터널이나 부안 방폐장 같은 논란이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시겠습니까?

▶문재인=부안 주민에게 남긴 상처가 너무 컸습니다. 참으로 송구스러운 일이었고요. 또 지율 스님께서 지금까지도 섭섭함이 있다면 저로서는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어려운 사정은 이해하지만 도울 방법이 막연합니다.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해보겠습니다.

-사회자=박 후보님, 과거사 논란으로 아직도 시끄럽습니다. 한 말씀 하신다면?

▶박근혜=역사에 맡겨야죠. (눈으로 레이저를 쏘며)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십니까? 이미 수차례 말씀드렸습니다.

-사회자=그래도 많은 시청자가 같은 질문을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박근혜=(눈물 젖은 눈으로 준비해온 원고를 읽으며) 아버지한테는 무엇보다 경제 발전과 국가 안보가 가장 시급한 국가목표였습니다. 그러나 기적적인 성장의 역사 뒤편에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받았던 일도 있었습니다. 이젠 증오에서 관용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가야 하겠습니다.

-사회자=최근 측근 비리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인지요?

▶박근혜=(갑자기 단호한 어조로) 쇄신의 발걸음에 재를 뿌리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죠.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제도를 이번에 마련했습니다. 그 누구도 투명한 정치권 환경 속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그런 제도를 당에서 마련해주시길 바랍니다.

-사회자=문 후보님의 과학기술 부흥 공약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문재인=(목소리 높여) 이명박정부 들어 관련 부처를 폐지하면서 과학기술 역량이 뚝 떨어졌습니다. 참여정부 때는 과학기술ㆍIT 분야 경쟁력이 세계 3위였습니다. 참여정부 시절보다 기능이 강화된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를 반드시 부활시킬 생각입니다.

-사회자=안 후보님, 야권 단일화에 대한 입장은 어떠신지요?

▶안철수=(단호한 목소리로) 저는 강을 건넜고, 다리를 불살랐습니다. 또 제가 몇 번 직업을 바꿨지만 도중에 그만뒀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반복되는 질문에)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두 번째는 국민이 그것에 동의해야 합니다.


이후 1시간30분 넘게 토론은 계속됐고, 밤늦은 시간 졸린 눈을 비비며 나긋나긋하기만 한 세 후보의 토론을 보던 많은 시청자들은 결국 눈을 감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경지에까지 올랐다는 후문입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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