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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자의 저주’ 에 좌초…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 불가피
극동건설 무리한 인수합병
태양광 사업 진출 등 화근

2달간 실사후 회생절차 개시
법원 판단 따른 제한적 경영가능
‘샐러리맨 신화’윤회장 최대 위기



‘승자의 저주’가 결국 현실이 됐다. 웅진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와 계열사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이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생사 여부가 결정된다. 웅진그룹은 이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다.

윤석금(67) 웅진그룹 회장은 27일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한남동 자택에 머물렀다. 윤 회장은 지난 26일 법정관리 신청 직전 “극동건설과 웅진코웨이를 살려서 잘해나가려고 노력했는데 수포로 돌아갔다. 국민께 죄송하다. 회사 한두 개에 집착하는 것보다 그룹 전체를 살리는 게 급선무여서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법원 판단 따른 제한적 경영 행보만 가능=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웅진그룹과 현 경영진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제한적인 경영활동만 가능하게 된다. 법원은 관리인을 파견해 각종 경영활동에 간여하게 된다. 

웅진그룹이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그룹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입주사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법원은 조만간 실사단을 파견해 채권채무 상황 등 경영 현황을 파악하게 된다.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26일 오후부터 채권채무가 동결됐다. 이후 두 달가량의 실사 기간이 지나면 기업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 웅진에너지 웅진폴리실리콘을 제외하면 웅진그룹 주요 계열사의 재무구조와 경영 상태는 건실한 편이다. 따라서 법원은 회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기업회생절차를 허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웅진그룹 채무 6조2000억원=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웅진홀딩스 극동건설 웅진코웨이 웅진케미칼 웅진씽크빅 웅진에너지 웅진식품 등 주력 계열사 7곳의 부채는 6월 말 현재 6조1689억원에 달한다.

이 중 웅진홀딩스의 부채가 3조316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이며, 극동건설도 1조758억원에 이른다. 이어 웅진코웨이 8776억원, 웅진케미칼 4429억원, 웅진씽크빅 3311억원, 웅진에너지 3284억원, 웅진식품 815억원 등이다.

웅진그룹 계열사들의 부채는 최근 급속도로 커졌다. 웅진홀딩스 부채가 2010년 말 2조3126억원에서 올해 6월 3조원이 넘었고, 이 기간 극동건설은 6359억원에서 1조원을 돌파했다. 이 기간 7개 주력 계열사의 부채는 4조4331억원에서 6조2000억원으로 39.2% 증가했다. 특히 부채 중 단기 차입금이 크게 늘어 웅진그룹의 어려운 자금 사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웅진홀딩스의 단기 차입금은 6월 말 현재 6242억원으로 2010년 말보다 35.6% 증가했고, 극동건설도 이 기간 2624억원에서 4165억원으로 58.7% 늘었다. 


▶무너진 샐러리맨 신화=‘샐러리맨 신화’ 윤 회장도 결국 ‘승자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인수ㆍ합병(M&A)이 화근이 된 것이다.

웅진그룹은 2007년 6월 6600억원에 인수한 극동건설의 부실이 가중되면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먹튀’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인수할 당시 시장에서는 “빈 껍데기를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어 의욕적으로 진출한 태양광 사업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위기를 부추겼다.

극동건설 인수 이후 웅진그룹은 정상화를 위해 4400억원을 투입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극동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 채무만도 3000억원에 육박한다. 때맞춰 불어닥친 건설경기 침체로 극동건설은 지난해에만 2162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극동건설 인수가 그룹의 위기를 초래한 결정적 요인”이라며 “갖은 정상화 노력에도 수포로 돌아갔다. 인수 직후 실수를 인정하고 조기에 포기하는 게 결과적으로 옳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지난 1971년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입사 1년 만에 세계 54개국 영업사원 중 실적 1위를 달성한 인물이다. 1980년 4월 직원 7명, 자본금 7000만원으로 출판사 헤임인터내셔널(현 웅진씽크빅)을 설립해 식품ㆍ환경가전 등에 진출했다. 1989년 웅진코웨이 설립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 이후 태양광 사업 진출과 극동건설 인수로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말까지 웅진그룹은 교육출판 환경ㆍ소재, 태양광에너지 건설ㆍ레저 식품 저축은행 등 지주사 포함 15개 계열사에 매출 6조1500억원대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매출액 기준 재계 순위는 32위에 이른다.

<조문술 기자>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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