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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박도제> 고용부의 꼼수…산재 사망자 늘어난 이유는?
산재가 줄어든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정부가 산재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을 알리지 않은 것은 미필적 고의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정책 홍보 효과만 누리고 부정적으로 바뀐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무사안일주의도 읽힌다.


우리나라는 ‘산재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많다. 한 해 2000명이 넘는 근로자가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하루에 평균 6~7명꼴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산재 사망자 수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얼마 전 일이다. 우연찮게 지난 2010년 산재 사망자 수가 급증한 것을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다. 2089명으로 알려졌던 2010년 산재 사망자 수가 올해 초 발표된 산재사망자 추이에서는 2200명으로 증가해 있었던 것.

순간 기자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2010년에는 산재 사망자가 감소하고 재해율도 12년 만에 처음으로 0.7%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는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났는데, 갑자가 사망자가 늘었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다짜고짜 이유부터 물었다. 몇 가지 내용을 확인한 고용노동부 담당자로부터 그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2010년 산재 사망자 수가 당초 발표했던 것보다 늘어난 까닭은 2009년 이전에 산재로 사망한 25명이 포함되지 않았고, 2010년에 산업재해로 요양을 받다 2011년에 사망한 재해자가 사망자로 포함되면서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수정된 내용은 고용부 홈페이지 정책자료에 올렸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수정된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려놨으니, 모든 국민이 알 수 있으며,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식의 해명이었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달랐다.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된 숫자에서 중요한 변화가 있다면, 잘못된 내용을 보도한 기자에게도 달라진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기자는 바뀐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일반 계약에서도 중요 부분의 착오가 있을 경우 계약이 성립되지 않을 정도의 하자로 보듯이 보도에 있어서도 중요한 팩트가 잘못됐을 경우에는 오보와 다름이 없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기자에게는 있는 것이다. 특히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나라에서는 그 의무가 더욱 커진다.

이런 까닭에 산재가 줄어든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정부가 산재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은 미필적 고의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정책 홍보 효과만 누리고 부정적으로 바뀐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무사안일주의도 읽힌다.

공무원이 행하는 행정의 일반원칙 중에는 ‘비례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대포로 참새를 잡아서는 안 된다’는 말로 대변되는 이 원칙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명제처럼 작용한다. 이는 곧 국가권력이 부당하거나 위법하게 국민에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는 데에도 비례의 원칙은 어느 정도 지켜져야 한다.

자신의 실수를 덮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기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이름이 실린 기사가 잘못된 내용을 전달했을 때 남몰래 수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은 국민에게 잘못 알린 것에 비례해 제대로 알려야 할 의무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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