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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vs LG ‘크기전쟁’왜?...“프리미엄시장 장악” 이면엔 명품가전 자존심 싸움
[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으르렁 거리는가 싶더니 아예 물어뜯기 시작했다. 재계와 세계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이하 삼성)와 LG전자(이하 LG) 얘기다. 원인은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의 분야에서 크기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다. 아니, 일부는 법정싸움을 예고하면서 경쟁 수준은 넘었다. ‘크기 전쟁’이다. 전통의 라이벌인 만큼 제품을 놓고 다투는 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겨눈 칼 끝이 유독 날카롭다.

왜 그럴까. 왜 양사는 ‘크기’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피 터지는 경쟁인 중저가 시장을 넘어 고부가가치가 충만한 프리미엄제품에서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고, 최대, 최초 등의 타이틀을 둘러싼 양사 간의 케케묵은 자존심 싸움이 주요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0~30년 전 ‘나는 큰 게 좋더라’라는 카피가 대유행했는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엔터테인먼트의 안방 접목 확대 등 시대적 흐름이 맞물리면서 만들어 낸 양사의 자존심 싸움 같다”고 했다.

▶생수통 10개 사이즈 놓고 법정행 … 냉장고 용량전쟁! = LG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 광고 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내용의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삼성이 지난달부터 유튜브를 통해 내보내고 있는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광고가 ‘부당 비교 광고’, ‘비방 광고’여서 LG의 명예, 신용 등 인격권을 심각히 침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광고의 주인공은 각사의 최대용량 냉장고다. 삼성의 ‘지펠 T9000(900리터)’과 LG의 디오스 ‘V9100(910리터)’로 양사가 지난 7월과 8월 차례차례 내놓은 제품들이다.

동영상에서는 냉장고를 바닥에 눕히고 물을 부어 내부 용량을 측정한다. 그 결과 내부 용량이 더 크다고 발표한 ‘V9100’이 ‘ T9000’보다 오히려 물이 적게 들어간다는 게 중심 내용이다.

영상이 공개된 뒤 LG는 지난 18일 삼성에 ‘해당 광고의 즉각 중지, 사과의 의사표시 및 관련 책임자의 문책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공문’을 내용증명을 통해 발송했다. 그럼에도 삼성이 이에 대한 회신없이, 전작과 비슷한 내용의 ‘캔넣기’광고를 추가로 공개하자, 바로 가처분 신청에 나선 것이다.

양사의 냉장고 용량분쟁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3월 LG가 최초로 800리터 용량 냉장고를 내놓자, 6개월뒤 삼성이 바로 840리터 냉장고를 내놨다. LG는 다시 이듬해인 2011년 3월 850리터를 내놨고 이에 삼성이 860리터(9월)를 다시, LG가 870리터(11월)를 출시하면서 맞섰다. 그리고 반년여가 흘러 올여름 삼성이 900리터를 내놨고 한달이 채 되지 않아 LG가 다시 910리터로 맞받아친 것이다.

가정용 냉장고를 이야기할 때 용량이 크다는 것은 단순히 저장할 곳이 많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부피를 유지하면서 용량을 키우는 것은 내부 설계부터, 내장제의 품질, 냉각모터의 크기와 성능 등 여러 요소에서 기술적으로 앞서있다는 의미와 같다. 양사가 ‘1리터 생수병 10개’에 불과한 크기를 놓고 법원까지 가겠다고 하는 데에는 이같은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사실 900리터 이상의 초대형 냉장고는 양사가 이렇게 사생결단식으로 싸울만한 시장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일부 부유층이 타깃일 뿐이고, 집이 좁은 유럽에서는 시장이 쉽게 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양사가 혈전을 벌이는 데에는 수 년간 쌓여온 앙금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은 LG의 냉장고 출시 패턴과 홍보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삼성은 냉장고를 주방가전의 명품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삼성의 핵심경쟁력인 스마트기능을 탑재하고 메탈소재와 첨단 디자인으로 외관을 꾸미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LG가 자꾸 용량경쟁으로만 냉장고 시장을 몰고가고 있다는 불만이다. 단순히 크다는 사실로 더 좋은 냉장고인 것 처럼 포장한다게 삼성 쪽 이야기다.

LG 역시 쌓인 게 많다. 삼성이 냉장고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백색가전의 대표인 냉장고 분야에서는 기술력이나 제품 품질, 사용자 만족도, 편의성 등에서 앞서 있음에도, 삼성이 스마트 기능 등 부수 기능과 막대한 비용의 마케팅 활동을 내세워 마치 자신들은 차원이 다른 제품을 내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꿈의 TV …55인치 대형 OLED도 전쟁=크기 전쟁은 TV분야에서도 치열하다. 차세대 TV로 불리는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놓고 맞붙고 있다. OLED TV는 ‘꿈의 TV’로 불리지만, 그만큼 생산이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삼성과 LG의 양사만이 생산 기술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55인치 대형 OLED TV를 먼저 출시하는 쪽이 결국 TV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인 받게 되는 셈이 된다.

때문에 양사는 모두 올초 “55인치 OLED TV를 연내에 양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제품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출시 시기를 놓고 신경전이 오간다.

특히 문제는 양사의 기술이 다소 다르다는 점이다. 삼성은 적색, 녹색, 청색의 유기물을 증착시켜 OLED 패널을 구현하는 RGB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 LG는 흰색 칼라필터를 통해 색을 구현하는 WRGB방식을 채택한다.

기술적 차이를 보이다보니 제품이 나오기 전부터 여러가지 말이 많다. “진정한 OLED 기술방식이 아니다”부터 “결국 우리 방식을 따라오게 될 것이다”까지 상대편의 공격하는 여러 멘트들이 뒤따른다.

그런 가운데 후방지원군이라 할 수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기술유출 관련 고발과 손해배상을 청구에 나서면서 양쪽의 반목은 더 심해졌다. 특히 그 과정에서 삼성이 ‘경영진의 도덕성’까지 운운하자, LG 도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하는 등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형국이다.

OLED 이외의 TV 부분에서도 대형화 경쟁은 뜨겁다. LG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대인 84인치 초고해상도(UD·Ultra Definition) TV를 선보였다. 지난해 LG전자가 72인치 3D TV를 내놓고, 올해 삼성전자가 75인치 스마트TV를 선보인 뒤 나온 후속 제품이다. UD는 기존 풀 HD의 4배의 화소수를 자랑하는 고화질 제품이다.

하지만 삼성은 UD는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2500만원이나 되는 고가로, 고객층이 극소수인데다 당장에 전용 콘텐츠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양사가 지금 벌이고 있는 크기 전쟁은 자존심의 경쟁이다.

과거 LCD 시절에는 크다는 것이 곧 기술력을 의미했다. 때문에 제품출시를 놓고도 엎치락 뒤치락 했다. 2002년 LG디스플레이가 세계최초 52인치 LCD를 개발하고, 이듬해 55인치 LCD를 개발하자 삼성전자는 곧 바로 세계최대 57인치 LCD 개발로 응수했다. 2005년에는 삼성전자가 82인치 LCD를 개발했고, 2006년 LG디스플레이는 100인치 LCD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전반적으로 TV의 사이즈가 대형화 되면서 오히려 얼마냐 큰가 보다는 화질이나 편의성, 디자인, 3D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력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게다가 전세계 평판TV 시장에서 60인치 이상 모델의 판매량은 전체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대형제품들이 상대적으로 고가인 까닭에 전체 이익에서는 6% 정도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작은 시장이다.

여기에 삼성이 지난 8월 국내 최대 용량(세탁 19㎏, 건조 11㎏)의 드럼세탁기를 선보이고, LG 역시 후속품을 준비하면서 세탁부터 건조까지 가능한 초대형 세탁기 초강자가 누구냐는 입씨름도 한창이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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