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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는 예능화…예능ㆍ시트콤은 추락세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응답하라 1997’ 등 하반기 빅히트를 친 드라마의 공통점은?

각각 지상파TV와 케이블TV에서 방영할 당시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우며 ‘국민드라마’ ‘신드롬’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이들 두 드라마는 가족애와 1990년대의 복고 감성 등 정서적인 메시지로 장기불황과 미취업에 지친 현대인을 달랬다. 그런데 달래는 방식이 좀 ‘예능스럽다.’ 인물의 캐릭터성은 극대화돼 있고, 에피소드로 전개되며, 온갖 카메오(특별출연)가 등장하고 각종 패러디로 범벅 돼 있다. 진지함을 코믹한 당의를 입혀 풀어낸다. 마지막 반전과 수수께끼를 하나 하나 풀어가는 퍼즐식 구성으로 시청자를 낚는 것도 예능 방식에 가깝다.

이처럼 드라마는 예능을 닮아가며 점점 더 재미를 더하고 있는 반면 정작 재밌어야할 예능은 식상해지며 시청자 ‘눈 밖’에 나 있다. 실제 월~목요일 평일 밤 예능 프로그램과 주말 황금시간대의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 성적은 일부를 제외하곤 하락세가 뚜렷하다.

▶드라마 새 흥행 코드, “닥치고 재미” =‘스타작가’로 떠오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의 박지은 작가와 ‘응답하라 1997’(이하 ‘응답하라’)의 이유정 작가는 모두 예능 작가 출신이다. 박 작가는 KBS ‘시사터치 코미디파일’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작가 출신으로, MBC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등 드라마를 통해 예능감을 잘 살리는 대표주자로 꼽힌다. 이 작가는 KBS ‘1박2일’ ‘남자의 자격’ 등의 구성작가 출신. 드라마 데뷔작인 ‘응답하라’를 통해 그는 인터넷 다시보기(VOD), 휴대전화 등으로 드라마를 즐기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또래와 공유하는 젊은 세대의 시청 형태에 맞춘 새로운 드라마 작법을 만들어냈다.


또 SBS에서 방영 중인 월화극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이영철 작가는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쓴 작가로, 이 작가 역시 극에 에피소드 형식을 가미하고 있다.

작가들 뿐만이 아니다. ‘응답하라’에서 이 작가와 호흡을 맞춰 첫 드라마 연출을 맡았던 신원호 PD 또한 ‘남자의 자격’을 연출했던 예능 PD다. MBC 월화극 ‘골든타임’에서 감각적 연출을 선보이고 있는 권석장 PD는 MBC 예능 ‘테마극장’에서 다년간 조연출 생활을 하며 연출 실력을 다졌다. ‘내조의 여왕’의 김민식 PD도 시트콤 ‘뉴논스톱’ ‘논스톱3’ 등을 연출한 예능국 출신이다.

한 방송사 예능 출신 인사는 “드라마가 재미를 우선시하면서 예능 코드를 십분 활용하는 등 예능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이 분위기를 타고 예능 PD들이 드라마를 장악해 가는 등 드라마와 예능의 ‘하이브리드’ 추세다”고 말했다.

▶진부함의 틀에 갇힌 예능과 시트콤 =MBC를 필두로 지상파TV의 주중,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은 주춤거리고 있다. 신설 프로그램은 복제 수준의 베끼기 기획이 뚜렷하다. 지난 20일 첫 방송한 MBC ‘신동엽의 게스트하우스’는 SBS ‘힐링캠프’와 KBS ‘승승장구’(몰래온 손님)을 연상시켰다. 같은 시간대에서 막을 내린 ‘정글러브’는 SBS의 ‘짝’을 따라한 기획이며, MBC 일요 예능 ‘승부의 신’은 MBC ‘무한도전’의 코너였던 ‘하하 VS 홍철편’의 승부를 따 온 것이다. MBC의 ‘나는 가수다2’ ‘놀러와’ 도 시청률 6%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파업 후유증을 겪고 있는 MBC 뿐 아니라 KBS와 SBS의 예능도 동반 하락세다. 25일 AGB닐슨미디어에 따르면 지난 23일 KBS ‘남자의 자격’ SBS ‘정글의 법칙’은 한주 전과 비교해 각 3.3%p, 1.4%p, 0.1%p 씩 내렸다.

‘하이킥’ 시리즈 등 한 때 장안의 화제를 낳았던 시트콤 장르물 역시 시청자의 관심 밖이다. KBS가 올해 3년만에 부활시킨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나 ‘닥치고 패밀리’는 큰 화제를 낳지 못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코너나 ‘1박2일’과 ‘런닝맨’ 등에서 멤버에 캐릭터를 부여하고, 인물간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설정을 보면 드라마적 요소가 보인다.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이 지속되면서 캐릭터가 너무 고착화 되고, 웃음은 충분히 예상 가능해지면서 시청자 입장에선 재미가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한 예능 PD는 “최근 3~4년은 예능의 전성시대였다. 최근 몇개월 사이에 예능이 주춤거리고 있지만 위기는 아니다. 과거 흐름을 돌이켜보면 지금은 오히려 대형 기획이 터지기 직전의 시기”라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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