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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가는 길] 추석 영화가 당신을 응원합니다
밥벌이하랴 처자식들 눈치보랴 기 못펴고 살던 가장도, 애들 키우랴 가계부 쪼개쓰랴 조바심내던 엄마도, 부모님 잔소리와 성적표 숫자에 전전긍긍하던 아이들에게도 추석은 왔다. 모처럼 가족이 모여 마음 속에 맺힌 게 있다면 풀고, 좋은 일이 있다면 박수쳐주면서 또 다른 내일을 꿈꾸는 명절이다. 일가 친지들이 들며 날며 정신없던 차례상을 파하면 반나절쯤은 극장가를 찾아 고단한 몸과 맘을 풀어놓고 우리네 삶과 가족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기개봉작인 한국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간첩’이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는 가운데, 다양한 추석 신작이 관객을 맞는다. 당신의 인생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작품들을 모았다.



<너른 세상으로 나갈 자식들의 삶>

▶메리다와 마법의 숲(감독 마크 앤드류스ㆍ브렌다 채프먼, 주연(목소리) 켈리 맥도널드)

부모가 자식의 삶을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자식들은 엇나가기 일쑤인 것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 미국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부모가 강요하는 삶을 거부한 용감한 공주의 이야기다.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며 미국에서는 특히 ‘헝거게임’과 함께 양궁의 대중적 인기를 높인 영화다. 런던올림픽에서 양궁의 세계 최강국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장면이 펼쳐진다. 주인공인 메리다 공주가 영화 내내 활을 쏘며 종횡무진하기 때문이다.

메리다는 옛 스코틀랜드의 공주다. 어머니인 왕비는 딸이 왕실의 예법대로 살다가 결혼이나 하기를 바라지만 메리다는 예쁜 옷과 구두보다는 말타기와 활쏘기를 즐기는 선머슴같은 소녀다. 말 끝마다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 것이 지겨워진 메리다는 마법의 숲을 찾아가 “엄마를 바꿔주세요!”라고 외친다. 그러자 엄마가 곰으로 변했다. 후회막심한 공주는 엄마를 구하기 위한 모험을 펼친다. 

▶‘늑대아이’(감독 호소다 마모루, 주연(목소리): 아오이 유우)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는 세상의 모든 엄마, 그리고 부모 품을 떠나 너른 세계로 나갈 자식들을 위한 슬프고 아름다운 우화다. 여대생 ‘하나’는 매일 강의실의 한 구석에서 슬픈 눈을 빛내는 한 남자를 사랑한다. 그들의 애틋한 연애는 보통의 청춘남녀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남자가 충격적인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신이 바로 전설 속의 존재인줄로만 알았던 늑대인간이라는 것이다. 운명의 사랑을 거부할 수 없었던 두 남녀는 함께 살고, 하나는 딸 유키와 아메를 낳는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늑대인간인 남자는 죽고 홀로 남겨진 하나는 자식들을 억척스럽게 키우지만 아빠의 피를 받아 즐거울 때나 화가 날 때 귀가 쫑긋 솟고 엉덩이에 꼬리가 나오는 늑대아이들을 키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사람으로 키워야 하나, 늑대로 키워야 하나? 엄마인 하나는 점점 결단의 시간이 가까워오고 있음을 느낀다. 러브스토리로 시작했다가 늑대아이들의 귀여운 동화를 거쳐 어머니의 드라마로 끝을 맺는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아빠, 엄마의 통쾌한 액션>

▶테이큰2(감독 올리비에 메가턴, 주연 리암 니슨)


가장인 당신, 아버지인 당신이 갈수록 살기 힘든 시대다. 돈만 잘 번다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만 한다고 좋은 아빠가 되던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하루가 멀다하고 흉악범죄가 잇따르는 흉흉한 시대. 부모라면 자식들의 안전을 먼저 지켜야 한다. 3년전 개봉한 ‘테이큰’은 납치된 딸을 구하는 전직 CIA 요원의 분투를 그려 기대 이상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주연 리암 니슨의 나이 잊은 신출귀몰 액션은 세상 모든 고개숙인 아빠들의 ‘존재 증명’이기도 했다. 속편인 ‘테이큰 2’에선 주인공 브라이언에게 혼났던 흉악 인신매매범들이 복수에 나서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흉악범들의 복수로부터 딸과 전처를 보호하기 위한 아빠의 활약을 담았다. 힘내라, 아빠들이여! 가족이 믿을 이는 당신뿐!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감독 폴 W.S. 앤더슨, 주연 밀라 요보비치)

게임을 원작으로 한 ‘레지던트 이블’은 밀라 요보비치가 강인한 여전사로 등장해 격렬한 액션을 선보이며 인기를 끈 SF영화 시리즈다. 바이오기업인 엄브렐라가 개발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전세계 인류를 감염시켜 죽지 않는 괴물 ‘언데드’로 만들게 되고 여전사 앨리스가 이를 막기 위해 나선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전사의 섹시하고 호쾌한 액션과 첨단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묵시록적인 SF, 기괴한 생김새의 좀비와 괴물이 등장하는 ‘B무비’의 감성을 결합시켜 영화팬들로부터 큰 인기를 누렸다. 제 5편은 괴바이러스로 인류를 절멸시키려는 엄브렐라와 대결하는 여전사 앨리스의 활약을 다시 한번 그려낸다. 여기에 ‘모성애’라는 주제를 더했다. 엄브렐라사의 음모로 한 소녀의 ‘가짜 엄마’가 된 주인공이 세상 홀로 된 ‘가짜 딸’을 위해 싸운다.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이탈리아 횡단밴드(감독 로코 파팔레오, 주연 알렉산드로 가스만, 파올로 브리구그리아 등)


토요일밤 KBS ‘톱밴드’나 엠넷의 ‘슈퍼스타케이’를 보면서 중년의 시청자들은 때로 자신의 잊혀진 꿈을 만난다. 젊은 시절 음악 열정을 불태우다 현실에 밀려 꿈을 꺾고 팍팍한 삶 속으로 뛰어든 이들을 통해서다. 늦은 나이에 기타를 치고 마이크를 쥐는 출연자들의 사연은 늘 가슴을 울린다. 이탈이아에도 있다. 평균 이하의 중년 남자 넷이 모여 밴드를 만들고 이탈리아 최고 재즈 페스티벌 출전을 위한 ‘무한 도전’에 나선다. 그것도 ‘걸어서 무대’까지다. 아내에 주눅들고 학생에게 외면받는 예술고의 수학선생 니콜라, 7년 동안 연애도 못해본 숙맥이자 변변치 못한 가게 점원 살바토레, 주인공의 친구 전문인 삼류 배우 로코, 어찌된 일인지 몇 년간 말문을 닫고 묵언수행 중인 괴짜 프랑코. 오랜 친구인 그들이 이탈리아 최고 음악행사인 ‘스칸자노 재즈 페스티벌’에 도전하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19곰 테드(감독 세스 맥파레인, 주연 마크 월버그, 밀라 쿠니스)

모든 남자의 가슴 속엔 ‘소년’이 있다. ‘19곰 테드’는 덩치는 커지고, 몸은 어른이 됐으며 욕구지수는 ‘19금’이지만 행동과 정서는 ‘소년’에서 멈춘 한 남자의 성장담이다. 어린 시절 철저한 ‘왕따’였던 존은 친구를 달라며 소원을 빌고 사람처럼 말하고 걷는 ‘살아있는 곰인형’ 테드를 얻는다. 귀여운 외모에 사람같은 테드는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인기도 시들해지고 존의 친구로만 남게 된다. 테드는 존과 함께 세월을 보내고 어른이 됐기에 이제 ‘귀여운 아기곰’은 외모로만 남았다. 성인 남자들처럼 술과 담배, 여자에 탐닉하고, 심지어 대마초까지 피운다. 존과 테드는 일탈과 비행까지 함께 하는 찰떡 궁합이다. 하지만 존의 곁에는 또 다른 존재가 있다. 예쁘고 능력있는 부사장 로리다. 여자친구로선 테드의 존재가 거슬리기만 할 뿐. 남자친구에게 이제 헤어질 때라고 매번 타박이지만 존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과연 존은 마음 속 ‘소년’을 지키면서도 어엿한 성인으로서의 현실도 살아갈 수 있을까? 대사의 성적 묘사 수위가 상당한 영화다. 



<로맨스를 꿈꾸는 당신에게>

▶우리도 사랑일까(감독 사라 폴리, 주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 로건)


“받아줘요 이 왈츠를, 입을 굳게 다물고 이 왈츠를 춰요. 브랜디와 죽음의 냄새가 나는 이 왈츠를 춰요.”

우리말 번역 제목도 나쁘지는 않지만 평범하다. 캐나다영화인 이 작품의 원제는 ‘테이크 디스 왈츠’로 국내팬들에겐 ‘아임 유어 맨’으로 잘 알려진 가수 레너드 코헨의 노래 제목을 그대로 빌어온 것이다. 영화는 원제와 노래처럼 사랑의 낭만과 쓸쓸함을 담뿍 담아냈다. 결혼 5년차 부부가 주인공이다. 프리랜서 여성작가 마고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업무차 떠난 여행길에서 마고는 우연히 대니얼이라는 남자를 알게 된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호감을 느낀다. 사랑은 우연때문에 운명이 되는 것일까. 공교롭게 대니얼은 부부의 바로 앞집에 살고 있었다. 마고의 마음 속에서 새로운 남자가 차지하는 자리는 점점 커져만 간다. 영화는 남편과 새 연인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인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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