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형석의 상상력 사전> 유머로 떨쳐버린 죽음의 공포…우디 앨런, 알고보면 참 진지한…
농담, 진실, 그리고 우디 앨런

천재 감독·작가·코미디언
클라리넷 재즈 연주자 등
영화 같은 삶 다큐멘터리로
“심술궂던 유년기 보냈지만…
내 인생은 참 운이 좋았다”

 

“극영화에서 감독은 신(적 존재)이다. 다큐멘터리영화에서는 신이 감독이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말이다. 그럼 영화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어떨까.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감독 로버트 B 웨이드, 27일 개봉)는 우디 앨런(77) 감독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다. 한 ‘천재적 유머 작가’의 삶과 작품의 여정을 담았다. ‘다큐에서는 신이 곧 감독’이라는 히치콕의 말에 따르자면 신이 창조한 유머감각과 그것의 영화적 구현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영화는 우디 앨런에 관한 작품이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농담’에 대한 영화이며, ‘우리가 몰랐던 인생의 진실’에 관한 성찰이기도 하다. 물론 피사체인 우디 앨런 감독이 웃기니 다큐멘터리영화도 안 웃길 리 없다. 우디 앨런 감독의 생애 최고 흥행작 ‘미드나이트 인 파리’를 보면서 한 번이라도 웃었던 관객이라면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빵 터질’ 가능성이 크다.

우디 앨런이 좋아하는 것들, 재즈와 뉴욕으로부터 영화는 출발한다. 77세의 할아버지인 우디 앨런은 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면 타자기 앞에 앉아 글을 쓴다. 10대부터 썼던 타자기니 그의 평생과 함께 세월을 보내고 환갑이 됐다. 우디 앨런은 여전히, 자신의 쓴 글을 보며 감탄한다.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는 우디 앨런(77) 감독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다. 한 ‘천재적 유머 작가’의 삶과 작품의 여정을 담았다. ‘다큐에서는 신이 곧 감독’이라는 히치콕의 말에 따르자면 신이 창조한 유머감각과 그것의 영화적 구현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영화는 우디 앨런에 관한 작품이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농담’에 대한 영화이며, ‘우리가 몰랐던 인생의 진실’에 관한 성찰이기도 하다.

“내가 썼지만 대단한 글이라고 느껴지지요. 모든 글(시나리오)이 ‘시민 케인’급의 영화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하지만 촬영과 함께 현실이 시작되지요. 여기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몸이라도 팔겠다는 마음뿐이죠. 이 참사로부터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참사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영화는 빛바랜 사진들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아기였던 우디 앨런, 소년이었던 우디 앨런, 상상이 가시는지?

“제가 어렸을 때는 아주 상냥하고 밝았다고 해요. 그런데 다섯 살 무렵부터 심술궂고 시큰둥한 아이가 됐죠.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에요.”

천연덕스러운 우디 앨런의 말 다음에 그의 영화 ‘애니 홀’의 한 장면이 뒤따른다. 우울증을 앓는다는 소년과 어머니, 그리고 정신과 의사와의 대화다. 소년 왈,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우울해졌다”며 “이후로 아무것도 의미도 없고,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소년의 어머니가 타박한다. “우주가 팽창하는 게 도대체 브루클린에 사는 너와 무슨 상관이냐고!”

우디 앨런은 16~17세쯤부터 뉴욕포스트 등 유력 일간지에 ‘개그’를 써서 보내고, 심심치 않게 칼럼난에 등장하게 된다. 십대의 나이에 이미 칼럼니스트 사이에서 이름을 얻게 된 우디 앨런은 알음알음 소개로 코미디언의 원고를 써주게 되고, 나아가 공연장의 무대에 직접 서게 되는 기회도 얻는다. 숫기가 없고 낯선 개그를 펼쳤던 우디 앨런은 몇 번의 부침 끝에 ‘비터 앤’이라는 뉴욕의 유명 클럽에서 스탠딩코미디언으로 대성공을 거두며 뉴욕타임스 등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할리우드 톱스타들도 앞다퉈 우디 앨런의 개그를 보기 위해 찾아왔고, 그중 한 프로듀서의 소개로 시나리오작가를 거쳐 1966년 드디어 ‘돈을 갖고 튀어라’로 감독에 데뷔한다. 다큐멘터리는 현재의 우디 앨런과 1970년대 BBC와의 인터뷰 자료, 마틴 스코세이지 등의 유명 영화감독, 배우들과의 인터뷰를 교차시키고, 40편의 우디 앨런 작품 중 가장 웃긴 대목들을 편집해 보여준다. 다이앤 키튼으로부터 미아 패로, 순이에까지 이르는 여성편력도 빼놓지 않았다. 


다큐를 끝내는 우디 앨런의 마지막 인터뷰의 발언이 인상적이다.

“제 인생을 돌이켜보면 참 운이 좋았어요.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됐고, 영화감독과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는데 됐고, 뉴올리언스에서 재즈를 연주하고 싶었는데 가두행진에서 연주하다 뉴올리언스에 합류했죠. 이렇게 행운이 넘치는데도 왜 아직도 제 인생의 뭔가 꼬인 것 같죠?”

록밴드 도어스의 멤버 짐 모리슨은 “영화에의 매혹은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비롯된다”고 했다. 다큐 속 우디 앨런은 내내 죽음과 나이 듦을 벗어나고픈 욕망을 보여준다. 그는 “작품을 통해 불멸을 얻는 것은 싫다. 나는 그저 죽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우디 앨런에게 유머란 죽음이라는 형벌과 함께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이지 않을까. ‘천일야화’가 죽음을 지연시키는 이야기의 욕망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