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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분간 모호한 화법”…손에 잡히는‘안철수의 생각’이 없다

“진실의 정치” 출마선언은 단호
구체적 설명없이 추상적 발언

정치쇄신 말하며 “정치 잘모른다”
국정경험·조직·인력풀 등 한계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은 단호했다. “18대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고 “진심의 정치를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의 말들은 여전히 애매모호했다. 스스로를 낡은 체제에 맞선 ‘미래 가치’로 규정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새로운 정치’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무엇이 새 정치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추상적이다” “뜬구름 잡는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조직, 정치경험으로도 뒷받침되지 못한 그의 연설은 ‘단호해서 더 허무했다’는 뒷말도 나왔다.  


▶조직ㆍ인력풀의 한계

“정치라는 게 혼자서는 결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것인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안 후보가 지난해 7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민주당 입당, 신당 창당 시나리오 대신 무소속 독자출마를 선택했다. 조직도 세력도 없이 맨몸으로 양대 정당의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 맞선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저는 조직도 없고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도 없다. 빚진 게 없는 대신, 공직을 전리품으로 배분하는 일만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자신의 생각을 불과 일년 만에 뒤엎은 셈이다.

기성정치권에 익숙한 인사와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선택에 냉소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때 그의 멘토로 불리던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무소속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그냥 바다 위에다 큰 집을 한번 지어보겠다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무소속이고, 강력한 지지자 집단도, 참모그룹도 없다. 정치쇄신의 주체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래 정치’와 ‘새 정치’를 주장하지만, 이를 법률과 정책으로 구체화해줄 의회의 지지기반이 없다면 그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국 교수의 지적대로, 무소속 신분으로 집권은 가능할지 몰라도 국정운영은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당 기반이 없으니 인력풀도 철저히 개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소설가 조정래 씨, 김민전 경희대 교수, 사업가 김용상씨 등 10여명이 ‘안철수의 사람들’로 소개됐다. 대부분 안 후보와 최근 만났거나 교류해온 인사들이다. 정당의 검증, 국민의 승인 과정을 거친 전ㆍ현직 의원들을 우군으로 둔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는 출발선에서부터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정경험의 한계

안 후보는 의사, 사업가, 교수로 성공한 삶을 살았지만 정치경험은 전무하다. 그는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것은 오히려 다행인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비슷한 예로 미국의 빌 클린턴과 오바마 대통령을 들었다. 그러면서 “실수를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실패와 실수를 최소화하려는, 국민에게 검증되지 않은 안 후보는 여전히 미덥지 않은 정치인일 가능성이 높다. 국가 위기관리 능력의 핵심이 누적된 경험, 조직된 힘을 빌려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안 후보는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다. 

롤모델로 제시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는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이 된 인물이 아니다. 오랜 정치경력을 통해 차곡차곡 대통령 수업을 받았던 인물들이다. 클린턴은 1972년과 1976년 대통령선거 때 민주당 후보인 G.맥거번과 J.카터의 선거운동을 총괄하기도 했고, 1976년에는 아칸소 주 법무장관이 됐으며, 1978년 32세에 미국 최연소 주지사로 당선됐다. 정치입문 20년 만인 1992년에 비로소 제42대 대통령에 등극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1996년부터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을 4차례 지냈다.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진보와 보수, 인종 차별이 없는 하나의 미국을 지향함으로써 불안 속에서도 담대한 희망을 갖자고 역설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안 원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치경륜을 쌓았다는 것이다. 

정치쇄신을 주장하면서 정작 정치는 잘 알지 못하는 것도 안 후보의 모순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후보가 정치를 바꾸겠다고 하면서 정치는 모른다고 한다. 위험한 면이 많은 정치실험”이라고 말했다.

▶재계ㆍ정부 인사들 “40분간 뜬구름”

안 후보가 출마 선언에서 밝힌 정책은 두 달 전 출간된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게 재계와 정부 인사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는 “대한민국은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성장동력과 결합하는 경제혁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평화체제는 역시 안보와 균형을 맞출 때 실현 가능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늘어놨다” “현실을 모른다”고 말했고, 외교통일 분야 전문가들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흐리멍덩하다”고 했다.

안 후보는 경쟁자인 박근혜, 문재인 후보에게 ‘정책선거를 하자’고 제안하면서도 정작 자신만의 구체적인 정책은 거론하지 못했다. “정책비전은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말씀드리겠다”고 했지만, 대선을 불과 90여일 남겨두고 정책 검증 자체가 제대로 될지는 불투명하다. 안 후보가 획기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가 ‘구태’로 폄하했던 흑색선전이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높다.

<김윤희 기자>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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