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오연서는 ‘넝굴당’ 종영 이후 밀려드는 방송과 광고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일단 많이 알아봐 주시니까 신기해요. 예전에는 쉬는 날이 많았는데, 지금은 일하는 날이 많아졌어요.(웃음) 소소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오연서는 아직 ‘넝굴당’ 말숙이와 이별을 하지 못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마치 지금이라도 촬영장에 갈 듯 한 태세였다.
“다른 분들은 시원섭섭하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도 드라마가 끝나지 않은 것 같아요. ‘끝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촬영장에 가지 않으니까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실감이 안 났어요.”
밝고 명랑한 면에 있어서 말숙이와 오연서는 많이 닮아 있었다. 실제 그는 함께 온 스태프들과 장난도 치면서 인터뷰 내내 밝은 모습을 보였다.
“밝은 면은 저랑 비슷해요. 그리고 똑똑해 보이는데 막상 허당인 점도 비슷하고요.(웃음) 하지만 말숙이 같은 애교는 없는 편이에요. 어떤 것을 사달라고 쳐다보는 신이나 그런 대사들이 어려웠어요. 사치하는 면도 다르고요. 알고보면 무뚝뚝한 편이랍니다. 말숙이의 재미있는 점은 많이 닮은 것 같고 배운 것 같아요.”
오연서가 ‘넝굴당’ 말숙이에 캐스팅 된 것은 그의 노력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오디션에 참가했어요. 워낙 기대작이었는데다가 시놉시스도 재미있었거든요. 오디션을 두 번이나 봤는데 연락이 없었어요. 평소 같았으면 ‘내 것이 아니구나’라면서 포기했을텐데, 잠이 안올 정도로 하고 싶었어요. 결국 감독님을 졸라서 오디션을 다시 봤어요. 결국 감독님께서 굉장히 많이 고민한 끝에 선택해주셨어요.”
얄미운 시누이 방말숙, 자칫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그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작가님께서 극본을 잘 써주셔서 그냥 따라가면 됐어요. 그래도 ‘너무 얄밉게 보여서 어떻게 만회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 ‘망가질 때 확실히 망가지고 좀 더 말숙이의 허당끼나 무모한 점을 어필할 때는 더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클럽 화장실에 갇혔다가 얼굴에 눈물 범벅이 돼 나오는 장면과, 차윤희(김남주 분)의 서슬퍼런 시선을 피하기 위해 얼굴에 붕대를 감고 뛰쳐나가는 장면 등 그는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오연서와 함께 러브라인을 그렸던 차세광 역의 강민혁은 실제로 연하남이다. 그의 이상형은 차세광 같은 남자일까.
“민혁이는 세광이랑 비슷한게 많아요. 바람둥이라는 점만 빼고요. 무뚝뚝하고 말수도 적어서 오빠같은 느낌을 줬어요. 친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자기 사람한테는 잘하더라고요. 오히려 카메오로 등장했던 정신이가 빨리 친해질 수 있고 자상했어요. 촬영 끝나고 회식을 하러 고기집에 갔는데 잘 챙겨줬어요. 민혁이와는 반대에요. 민혁이는 오히려 ‘니가 그걸 왜 하냐’라는 반응이었어요.”
그는 나쁜 남자 보다는 자상하고 잘 챙겨주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았다. 하지만 너무 완벽한 남자는 오히려 부담이 된다고 한다.
“함께 지내면서 모자라거나 부족한 것을 채워가는 재미가 있잖아요. 너무 완벽해 버리면 그런 재미를 느낄 여유가 없잖아요.”
‘넝굴당’을 통해 ‘국민 시누이’로 안방극장 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오연서는 이번엔 새색시가 됐다. 그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시즌4’(이하 우결)에서 엠블랙의 이준과 달콤한 신혼 생활 중이다.
“시누이는 극본이었지만, ‘우결’에서는 가상이지만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거잖아요.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아내가 되니 하니 설레고 기분이 좋아요. 평소에 새침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런 이미지를 없앴으면 좋겠어요. 물론 결혼생활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넝굴당’은 그동안 폐쇄적이었던 오연서를 변화시켰다. 그에게 있어 ‘넝굴당’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다.
“말숙이로 인해 닫혀있던 마음을 열 수 있었어요. 연기에 대해 알게 해 줬고, 사랑도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에요. 아마 평생 잊지 못할것 같아요. ‘넝굴당’ 식구들한테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 이분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끝 인사를 하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다. 그에게 있어 그리고 팬들에게 있어 ‘넝굴당’은 잊지 못할 좋은 추억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 했다.
“응원해 주는 많은 분들 덕분에 희망과 힘을 얻고 있어요. 혹시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더라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더욱 열심히 하는 말숙이, 오연서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스크린, 브라운관을 통해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그의 앞날에 기대가 더해지고 있다.
조정원 이슈팀 기자 / chojw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