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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읽냐며 혼나던 극단시절…그 경험이 날 단단하게 해”
종영 ‘닥터진’ 열혈선비役 진이한
배우가 목소리가 좋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한석규ㆍ이병헌이 그렇다. 진이한(34)도 목소리가 매우 좋다. 그러면서도 진실성이 느껴진다. 실제로 진이한은 농담하기를 좋아하는데, 농담을 해도 사람들이 진담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탁재훈과 이수근이 진이한에게 예능을 하면 안된다고 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진이한이 첫 출연한 KBS 드라마 ‘한성별곡-正’(2007년)에서 바로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이유도 지식인이지만 얼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박상규라는 인물의 진정성을 잘 표현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진이한은 최근 끝난 MBC ‘닥터진’에서는 개혁을 꿈꾸는 열혈 선비 홍영휘를 연기했다. 원래 12부에서 죽고 퇴장하기로 돼 있었지만 제작진의 부탁으로 다시 살아나 끝까지 연기했다. 진이한은 순간적으로 돋보이는 배우는 아니지만 계속 보면 감정이입이 저절로 되는 그런 배우다.

“홍영휘는 자신만의 신념을 가진 운동권이다. 이 나라(조선)를 구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에 맞서는 흥선대원군이 어떤 권력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에도 반대했다. 오로지 불쌍한 사람을 위해야지 하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닥터진’에서 그의 캐릭터는 이중적이다. 낮에는 유약한 선비였고, 밤에는 비밀조직인 무명계의 수장이었다. 방송분량이 조금만 더 확보됐다면 절친인 김경탁(김재중)과의 인간적인 관계도 더 살아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전에 그가 맡았던 ‘애정만만세’에서 우유부단하고, 의존력 강한 원조 찌질남이자 악역인 한정수와 비교하면 매력 넘치는 역할이다.

그는 처음엔 캐릭터가 이해가 되지 않아 고전했다며 배우로서 많이 배운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진이한은 고등학교 때부터 춤을 잘춰 대회에서 1등을 휩쓸었다. 그러다 대학로에서 백재현이 기획한 ‘루너틱’ 주인공을 맡았다. 장현성 등과 연극도 하면서 연기를 배워나갔다.

“무대에서 국어책을 읽느냐며 선배에게 혼나기도 했다. 심지어 저런 애랑 같이 연기해야 하느냐는 말을 듣고 울었던 기억도 있다. 이런 경험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진이한은 이런 훈련이 있었기에 단순히 ‘실장’ 이미지에만 묶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앞으로 어떤 배역을 하겠다고 말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역량을 펼쳐보일 수 있고, 고민하면서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배역을 맡아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진이한에게 배우로서의 성공적인 삶은 소박해 보인다.

“연극 공연을 할 때 한 달 내내 앞줄에 앉아 보던 팬들이 있었다. 그 분들의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다. 40~50년이 흘러 내가 마지막 공연을 할 때 이분들이 오신다면 아마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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