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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답하라’, 빠순이의 순기능을 전파하다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 tvN 주간드라마 ‘응답하라 1997’(극본 이우정·연출 신원호)가 18일 성시원(정은지)의 남편이 윤윤제(서인국)로 밝혀지며 끝났다.

이 드라마는 어른들이 어리고 철 없게 보던 ‘빠순이'(극성 팬 활동가)를 긍정하는 데서 나아가 순기능을 자연스럽게 퍼뜨렸다. 이것이 이 드라마가 1990년대를 바라보는 현재적 관점이었다.

HOT, 젝스키스를 무작정 따르던 ‘1세대 빠순이'들은 최종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편에서는 동방신기의 펜클럽 ‘카시오페아'로 세대교체됐으며, 이들의 학교 교수인 윤태웅(송종호)은 빠순이를 존경한다고 말한다.

성시원은 이상적인 사랑(자신의 표현으로는 아가페적 사랑)인 ‘토니안'과 ‘윤윤제' 두 남자가 물에 빠지면 토니안' 대신 윤제를 구한다는 것으로 윤제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시원은 결혼해서도 토니안을 위해 설겆이를 하는 ‘빠순이' 활동으로 남편 윤제와 티격태격 싸운다.

성시원은 말한다. “빠순이가 어때서. 얼마나 건전한데. 계산하지 않고, 빠순이의 기본은 열정이야. 이걸로 사회에 나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아나”라고.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 특히 여학생들은 ‘빠순이' 경험을 원천으로 자신의 직업을 발견한다. 성시원은 당시 썼던 ‘팬픽’ 실력을 바탕으로 동국대 국문과에 진학한데 이어 방송작가로 취직했다. 사투리를 쓰면서도 아나운서가 되길 희망했던 한 친구는 야구장 장내 아나운서가 됐고, 그림을 좋아하는 친구는 미술 큐레이터가 됐다. 이는 당시 연예인을 따라 다니며 했던 10대들의 ‘팬질’에 대한 무한 긍정이다.

‘응답'의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1997’은 보면서 약간 서글퍼지기는 하지만 위로가 되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15년을 같이 살아온 사람들에게 동료의식과 연대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면서도 “물론 90년대를 그대로 불러온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우스운 행동일 수 있는 고교생의 팬클럽 활동이 알고보니 대중문화의 중요한 원천이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신 PD는 “빠순이들을 타자로, 판타지로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도 당시로는 치열한 삶을 살았던 거다. 우리 작가들 중에도 당시 톱가수 광팬이 있고 그중에서 김란주 작가는 ‘토니빠’였다. 나도 한때 영화 한다고 다녔다. 그때는 다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그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현실적 어려움은 알지만 조심스럽게 가보자는 것이었다. 내신 15등급으로 연세대 의대에 가겠다는 건 말도 안되지만, 미리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 고3 담임이던 윤태웅(송종호)이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것보다 할 수 있는 걸 찾아라고 하다가 나중에 할 수 있는 것보다 하고싶은 것을 하라는 반전이 일어난다.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게 설득력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얼개를 촘촘히 짜야 했고 재미를 가미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첫사랑 코드가 녹아있어 감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있는데, 영화 ‘건축학개론'보다 좀 더 현실적인 첫사랑이다. ‘건축학개론'의 수지가 머리속에서 기억하고 싶은 로망과 같은 첫사랑이라면 ‘응답'의 은지는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여학생이다. 머리속에는 수지를 그리지만 실제 만나보면 은지 같은 여자가 나온다. 하지만 은지에게도 판타지가 있다. ‘소꿉친구 판타지'다. 서로 볼 것 다 보고, 모를 것 없이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지만 어느날 돌아보니 사랑이더라는 현실적 판타지 말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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