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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시진.. 2%부족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명감독
기대치가 높았던 것일까, 능력의 한계치가 그 정도였을까. 만년 하위팀 넥센을 올 시즌 초반 깜짝 1위에 올려 놓으며 전반기 3위를 기록한 김시진(54)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지난 17일 전격 해임됐다. 구단이 내세운 이유는 성적부진. 18일 현재 히어로즈의 순위는 6위다.

김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서 6위는 역대 정규시즌 최고 성적 타이 기록이다. 2007년 처음 현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김 감독은 늘 어두운 터널 안에 있었다. 2006 시즌 현대는 페넌트레이스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미 모기업의 지원이 끊긴 상태였다. 프로 세계에서 재정난은 곧 전력난이다. 그해 현대는 수직 추락했다. 6위에 오른 것은 그나마 김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들의 저력 덕분이었다.

2009년 히어로즈 2대 감독으로 취임했지만 주축선수들이 빠져나갔다. 2009년 이택근과 장원삼, 이현승이 이적했다. 2010년 3월엔 마일영이 한화로 떠났고 황재균과 고원준도 그해 여름과 겨울, 구단에 현금 다발을 안기고 떠났다. 손과 발이 잘린 감독의 선택지는 유일했다. 어린 유망주를 육성하는 것.

김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 3월 구단으로부터 3년 더 임기를 보장받으며 그나마 야구 철학을 다듬을 수 있었다. 기본기가 부족한 신인들을 일으켜 세웠고, 패배 의식에 젖은 선수들을 북돋웠다. 특히 80년대를 주름잡은 명투수 출신 감독답게 히어로즈의 투수진 발전이 눈에 띄었다. ‘마지막 20승 투수’ 정민태 투수코치와 함께 쌓은 히어로즈의 마운드는 높아져 갔다. 한현희, 김영민, 장효훈 등이 그 결실이었다.

기대가 현실이 되면서 4강이란 꿈도 손에 잡힐 것 같았다. 김 감독과 함께 선수와 구단, 팬들은 같은 꿈을 꾸었다. 그러나 그 꿈이 멀어지자 구단은 짧은 단 꿈에서 깨어났지만 더 꿈을 꾸게 할 새 인물이 필요하단 판단을 했다. 김 감독은 꿈을 꾸게 한 바로 그 이유로 짐을 싸야 했다. 기나긴 어둠을 지나 지도자 생활 이후 처음 맛본 햇살에 얼굴을 그을릴 틈도 없이 그는 다시 야인으로 돌아갔다.

결국 김 감독은 결과적으로 2% 부족한 명감독으로 히어로즈 생활을 마쳤다. 그 2%는 승부사 기질일 수도, 구단의 조급함일 수도 있다. 다만 팬들과 야구인들의 성난 반응에서 답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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