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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감독 2년새 다 잘렸다…구단주는 ‘가위손’
넥센, 김시진 감독 전격 경질
꼴찌팀 시즌초 돌풍 일으키자
구단 지나친 기대 되레 독으로

2년전 8개구단 감독 모두 사라져
툭하면 경질…성적 조급증 버려야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김시진 감독이 17일 전격 경질됐다.

2009년부터 팀을 이끌어온 김 감독은 17일 구단으로부터 해임통보를 받았고, 구단은 계약해지 사실을 공식발표했다. 남은 시즌은 김성갑 감독대행이 이끌게 됐다.

프로구단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옷을 벗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번 넥센의 김 감독 해임은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한 듯하다. 김 감독은 팀의 존속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태였던 2009년부터 팀을 이끌었다.

툭하면 주전급 선수들을 팔아치워 운영비를 마련하는 구단의 행태에도 묵묵히 감독직을 수행해왔고, 올해는 4강진출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내년 시즌 좋은 성적이 기대될 만큼 팀을 만들어가는 중이었다. 넥센은 “이후 5년간 팀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경질배경을 설명했다. 과연 그 해답은 김 감독의 경질이었나? 


▶지나친 기대가 부른 무리수

올 시즌 초반 넥센은 돌풍을 일으켰다. 매년 선수를 팔기만 하다가 FA로 풀린 이택근을 영입했고, 메이저리그 출신 김병현도 데려왔다. 여기에 지난해 부진했던 브랜던 나이트와 새로 선발한 벤 헤켄이 호투하며 한때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이것이 넥센 고위층의 판단착오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분위기로는 4강은 문제없어 보였다. 그러나 후반기들어 부상선수가 나오고 얇은 마운드의 힘이 달리면서 성적이 하락했고 결국 4강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구단측은 이것이 김 감독의 지도력부족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시즌 초 누구도 넥센을 4강후보로 꼽지않았다. 선수 1,2명 들어왔다고 성적이 수직상승한다면 프로야구처럼 쉬운 종목도 없을 것이다. 잘나가다 무너지니 “좋은 선수 데려다줬는데 이게 뭐냐”라는 불만이 쌓였고, 결국 감독경질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이는 박찬호 김태균 영입했다고 우승을 노릴 만하다고 자평했던 한화구단의 착각과 다르지 않다. 잘 나가면 구단이 좋은 선수 데려왔기 때문이고, 탈락하면 감독 잘못이라는 것이다.

▶명장이라며 3년 재계약…1년만에 경질한 구단은 책임없나?

이장석 구단주는 지난해 계약기간도 끝나지 않는 김 감독과 3년계약을 맺었다. “눈 앞의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팀을 이끌 수 있게 한다”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1년도 안돼 옷을 벗겼다. 계약기간 중에 서둘러 계약을 할 만큼 인정한 감독을 1년만에 지도력이 없다고 경질한 구단은 원론적으로 따지면 판단 미스의 책임이 있다.

구단은 2008년 창단 이후 5년간 팀이 자리를 잡는 시기였다면, 향후 5년간은 강팀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할 시기라며 새로운 감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수준을 갉아먹는 불량구단이 될 뻔한 넥센을 만만찮은 팀으로 만들어놓은 일등공신 김시진 감독을 내친 것은 ‘토사구팽’과 흡사하다. 이택근 장원삼 이현승 고원준 황재균 마일영 등을 팔아치우며 간신히 운영비를 마련해온 ‘무능한 구단’ 넥센에서 피눈물을 삼키며 여기까지 끌고온 김 감독. 그에게 좋은 선수들과 제대로 승부를 해볼 기회는 두번 주어지지 않았다. 이제야 팀다운 팀 꼴을 갖췄는데, 열매는 다른 감독이 따야 한다는 것이 구단의 생각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파리목숨 프로야구 감독시대 도래

김시진 감독이 경질되면서, 불과 2년전인 2010년 사령탑에 앉아있던 8개구단 감독은 모두 팀을 떠나게 됐다.

선동렬 감독이 삼성에서 KIA로 옮겨탔지만 삼성에서 불명예퇴진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선수단 운영에 전권을 쥐고 성적으로 말을 하는 감독에게 해고통보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예고된 미래일지 모른다.

하지만 갈수록 구단들의 조급증은 더해지고, 계약기간을 채워주는 일은 먼나라 얘기가 되고 있다.

‘남은 연봉 보전해주면 되는것 아니냐’며 감독은 얼마든지 갈아치워도 되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한국의 프로야구 감독은 60명의 선수단을 이끌고 팬들을 울리고 웃기는 야구장의 마에스트로가 아니라, 회장님 전화에 일희일비하는 바지사장이 되어가고 있다.

한편 넥센이 얼마남지 않은 시즌을 참지 못하고 김 감독을 경질한 것은, 역시 한대화 감독을 내친 한화와 신임감독 영입경쟁에서 뒤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SK와 KIA를 거친 조범현 감독이 양팀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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