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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녁이 있는 삶’ 남긴 孫의 백의종군
후보는 갔지만 슬로건은 남았다. ‘저녁이 있는 삶’을 국민께 선사하겠다던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 손학규 후보의 얘기다.

손 후보는 16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2위를 차지했다. 5년 전인 2007년 정동영 후보에게 무릎 꿇은 데 이은 두 번째 대권도전 실패다.

손 후보는 후보 등록 직전 자신의 가장 아픈 과거인 한나라당 탈당 경력을 ‘주홍글씨’라 표현했다. ‘이제는 그만 주홍글씨를 벗고 싶다’고도 밝혔다. 그의 아내도 ‘탈당 경력 때문에 힘들어한다. 안타깝다’고 했다. 자신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국민에게 용서를 받겠다는 의지였다.

손 후보가 대의원과 당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은 것 역시 그의 ‘진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국회의원 보궐 선거때 ‘사지((死地)’인 분당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을 구하겠다’는 손 후보의 의지에 민심마저 ‘반응’해 준 것이다. 특히 손 후보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지지 후보 결정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고무된 손 후보는 기자들에게 방금 작곡된 노래라며 ‘저녁이 있는 삶’을 열창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2위에 머물렀다. 당심은 받았지만 ‘모바일심’은 냉정했다. 이번 경선에서 모바일 선거인단 비중은 93%에 이른다.

안타까운 점도 있다. 손 후보는 출마와 동시에 ‘마지막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절박했다. 지역 경선 도중 ‘경선 불참’을 선언한 것도, 경선기간 내내 ‘민심과 당심이 괴리됐다’며 울분을 토한 것도, ‘모바일 투표가 문제’라며 끝까지 검증작업을 벌인 것도 그가 ‘마지막’이라는 ‘배수의 진’을 친 탓이 크다.

하지만 경선룰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손 후보의 ‘절박함’은 실기를 낳았고, 민주당 경선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게 된 원인이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문 주자들의 경선 불참 선언 이후 증가 추세던 선거인단 모집이 급전직하했다. 100만명도 간신히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손 후보는 탈락했지만, 당내에서도 그를 아까워하는 인사들이 많다. 심지어 문 후보 측에서도 경선에서 이기면 손 후보의 정책을 빌리고 싶다는 말까지 나왔다.

손 후보는 두 번의 대권도전에 실패하면서 다시 한 번 정치적 갈림길에 섰다. 손 후보는 패배 직후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 후보가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지가 주목된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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