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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 급감하는데…정부 ‘환율 딜레마’
한국 신용등급 상향 호재
미국 3차 양적완화 조치도 큰몫
유동자금 유입 원화강세 유발
수출기업 가격경쟁력 악화 우려


정부가 ‘환율 딜레마’에 빠졌다. 수출이 급감하는데, 대내외 여건은 온통 원화강세(환율 하락)를 유발하는 것뿐이어서다. 그렇다고 시장에 티 나게 개입했다간 인플레 압력, 수출ㆍ내수 간 양극화 심화 등 다른 부작용을 키울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17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수출 확대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서다. 하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수출이 단기간 내 회복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부가 취할 유일한 수단은 원화약세를 유도해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주는 것밖에 없다.

우선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가 골칫거리다. 시장에 살포된 달러화는 당장 실물경제보다 국제 금융시장을 휘젓고 다닐 가능성이 크다.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미국의 양적완화는 달러화 이외 주요국 통화 강세로 이어지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환율전쟁’도 예고된 수순이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국이 ‘자국통화’ 강세를 막으려는 조치를 취하면서 벌어지는 분쟁이다.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양적완화로 촉발될 원화강세가 달가울 리 없는 입장이다.


다행히 시장에서는 과거 양적완화 때와 이번은 좀 다를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 2차 때와 달리 이번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이나 미 연준의 인위적 달러화 약세 정책에 의한 환율전쟁 불안감이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에 이어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조정한 것도 원화 강세를 유발할 요인이다.

2011년 이후 A레벨 국가 중 동일 연도에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모두 올라간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으로 몰려들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원화강세를 촉발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S&P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올린 지난 14일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대외환경이 안 좋고 수출도 줄어드는데 (신용등급 상향이) 자본유입을 보다 촉진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그 부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달갑지 않은 변수다. 원화약세를 유도하려면 기준금리를 내렸어야 했다. 정부의 환율정책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재정부 관계자는 “수출을 생각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이달에도 내렸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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