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소비자(Consumer)가 아닌 기업을 상대하는 에너지, 화학, 중공업, 철강 등 B2B(Business to business) 업체들은 광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비재가 없어 굳이 제품 홍보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 업체가 복고풍이나 친환경 같은 ‘감성 코드’를 자극함은 물론 캐릭터 등을 내세우는 역동적인 광고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잠재적 고객인 대중에게 호의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투자자의 신뢰를 얻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편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응시생들에게 어필하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한화케미칼(009830)은 지난달부터 서울 시내 유동 인구가 많은 버스 정류장 100여곳과 지하철역 20여곳 등 총 120여곳에 스크린도어 광고를 걸어놓았다. 기업 광고를 거의 하지 않은 과거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광고는 파란 하늘을 마주 보며 서 있는 아프리카 흑인 소년 카림과 남극의 펭귄을 담고 있다. 카림과 펭귄이 공존할 수 있는, 즉 ‘지구를 좋은 곳으로 만드는 기술’이라는 회사의 모토를 내세우면서 석유화학을 바탕으로 2차전지 소재, 바이오시밀러는 물론 한화그룹의 신성장동력이자,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는 태양광에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담았다는 것이 한화케미칼의 설명이다.
회사 콘셉트를 ‘광고 원칙’인 3B(Beauty(미인), Baby(아기), Beast(동물)) 중 어린이와 동물을 통해 잘 표현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평가다. 채용 시즌을 맞아 기업 인지도도 많이 올랐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최근 채용설명회를 진행하며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 느껴진다”며 “광고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대한민국에 필요한 이노베이션이라는 콘셉트로 올 초 광구편, 전기자동차 편을 선보이며 세계의 자동차를 SK이노베이션의 혁신적인 기술을 이끈다는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설명하고 있다.
광고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인크레더블’을 연상시키는 네 명의 ‘히어로’ 캐릭터가 등장해 친근감을 더 한다. 덕분에 업계는 물론 대중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에 힘입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전신인 대한석유공사 5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광고도 내놓았다.
두산그룹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이름의 시리즈 광고를 통해 주력 사업인 중공업의 이미지를 이미지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대학생들과의 채용 인터뷰 등에서 두산의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두산이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콘셉트로 현재까지 광고 9편이 나왔다.
현대모비스(012330)는 ‘아이들에게 과학을 돌려주자’는 모토를 광고에 내세웠다. 더운 여름날 선풍기 앞에서 라디오를 분해하는 등 과학에 빠진 어린이들의 모습과 가수 변진섭의 ‘새들처럼’을 내세운 복고풍 콘셉트로, 상당수가 과학자를 장래 희망으로 삼았던 지금의 3040 세대를 향수에 젖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회사 브랜드 가치를 향상과 우수인재 유치는 물론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친근함으로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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